竊以右文興化는 乃致治之所先이요 著錄藏書는 須太平而大備라
文或舛訛는 蓋其傳之已久라 詔加刊定하야 俾後學之無疑하니
而奏篇之始에 方經衡石之程일새 賜本之榮이 惟及鈞樞之近하니 敢期孤外에 特與恩頒이리오
此蓋伏遇皇帝陛下曲軫睿慈
하야 俯矜舊物
하야 謂其嘗與
之列
이라하야 不忍遽遺
하고 憐其自喜文字之間
하야 俾之娛老
라
然臣兩目昏眊에 雖嗟執卷之已艱이나 什襲珍藏에 但誓傳家而永寶로소이다
17. 《한서漢書》를 하사한 데 사은하는 표表
몸을 굽혀 명을 받으니 눈을 비비고 봄에 광휘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문文을 숭상하고 교화를 일으키는 것은 선치善治를 이룸에 우선할 바이고, 기록을 편찬하고 서적을 비축하는 것은 태평시대를 기다려 크게 갖추어지는 법입니다.
생각건대 한漢나라 왕실은 위로 삼대三代의 전통을 이었고, 《반사班史》는 절로 일가一家의 서적을 이룹니다.
그러나 글에 혹 착오가 있는 것은 대개 전해온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니, 조명詔命을 내려 교정하게 하여 후학들로 하여금 의심이 없게 하셨습니다.
이 책의 글을 일신一新하고 궁중의 장서에 빛을 더하였습니다.
그러나 편찬을 완수했다고 상주上奏하던 당초에는 바야흐로 많은 국정을 보시느라 여념이 없으셨기에 이 책을 하사받는 영광은 오직 측근의 대신들에게만 미쳤으니, 감히 고원孤遠한 신에게 특별히 은사恩賜해주실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이는 아마도 황제 폐하께서 자애로운 마음을 움직여 이 옛 신하를 불쌍히 여기시어, 일찍이 근신近臣의 반열에 있었다 하여 차마 갑자기 버리지 못하시고 신이 문장을 좋아하는 것을 어여삐 여겨 노년에 즐길 수 있게 해주신 덕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신은 두 눈이 흐릿하여 비록 책을 보기 어려움을 이미 탄식하지만, 소중히 보관하여 길이 집안에 가보로 전할 것을 맹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