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不能自閑
하야 嘗集錄前世金石之遺文
하니 自三代以來
로 古文奇字
가 莫不皆有
라
中間雖罪戾擯斥하야 水陸奔走에 顚危困踣하고 兼之人事吉凶에 憂患悲愁나 無聊倉卒에 未嘗一日忘也라
蓋自慶曆乙酉로 逮嘉祐壬寅이 十有八年에 而得千卷하니 顧其勤至矣라
乃獨區區收拾世人之所棄者하야 惟恐不及하니 是又可笑也라
因輒自敍其事하야 庶以見其志焉이라 然顧其文鄙意陋하야 不足以示人이라
旣則自視前所集錄에 雖浮屠老子詭妄之說常見貶絶於吾儒者를 往往取之而不忍遽廢者는 何哉오
然則字書之法은 雖爲學者之餘事나 亦有助於金石之傳也라
僕之文陋矣니 顧不能以自傳이어니와 其或幸而得所託이면 則未必不傳也라
07. 채군모蔡君謨에게 보내 《집고록集古錄》 서문序文의 글씨를 써주길 청한 편지
예전에 하북河北에 있을 때 스스로 한가로이 지내지 못하고 전세前世의 남은 금석문金石文들을 집록集錄하였으니, 삼대三代 이래 오래되고 기이한 문자文字들을 모두 수록하여 두었습니다.
중간에 비록 죄과罪過로 폄척貶斥되어 수로와 육로로 먼 길을 가면서 위태한 곤경을 만났고, 게다가 인사人事의 길흉吉凶과 우환憂患의 비수悲愁을 겪는 동안 무료하거나 바쁠 때 하루도 이 책을 집록하는 일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경력慶曆 을유년乙酉年(1045)으로부터 가우嘉祐 임인년壬寅年(1063)에 이르기까지 18년 동안에 천 권을 만들었으니, 돌이켜보면 지극히 부지런했습니다.
다시 스스로 생각해보건대 나는 기호嗜好가 세상 사람들과 매우 다릅니다.
이에 혼자서 세상 사람들이 버린 것을 주워 모으면서 오직 힘이 못 미칠까 걱정하였으니, 이는 또 우스운 일입니다.
이에 스스로 이 일을 서문으로 써서 나의 뜻을 드러내고자 했으나, 도리어 그 문장과 내용이 비루하여 남에게 보일 게 못 됩니다.
이윽고 스스로 종전에 집록한 것을 보건대 늘 우리 유자儒者에게 폄척貶斥당하는 불교佛敎나 노자老子의 궤이詭異하고 망령된 설들도 왕왕 취하고 차마 버리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어찌 그 자획字畫이 공교工巧하기 때문만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자서字書의 법은 비록 학자의 여사餘事이긴 하지만 또한 금석문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응당 버려야 하는데 보존된 불교와 노자의 설 같은 것들은 단지 자획 때문에 후세에 전해진 것입니다.
이는 다행히 의탁할 곳을 얻은 것이니, 어찌 단지 도움이 될 뿐이겠습니까.
저의 글은 비루하니 돌아보건대 스스로 후세에 전할 수는 없지만, 혹 요행으로 의탁할 곳을 얻으면 반드시 후세에 전해지지 못한다는 보장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말하면 저의 글을 후세에 길이 전하도록 의탁하는 것은 군모君謨께서 한 번 붓을 휘두르는 사이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생각건대 남의 선善을 좋아하고 남의 좋은 점을 이루어주는 군자가 혹 이 말을 들으면 의당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래서 문득 이 말을 올리고 주저하지 않는 것이니, 살펴주시기를 삼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