問者曰 此學者之所盡心焉이어늘 不知는 何也오 曰 春秋之起止는 吾所知也어니와 子所問者는 始終之義라 吾不知也니 吾無所用心乎此也라
昔者에 孔子仕於魯에 不用이라 去之諸侯한대 又不用이라
하고 하고 得
에 記自隱公至于獲麟
일새 遂刪修之
하니
其前遠矣라 聖人著書가 足以法世而已라 不窮遠之難明也라
曰 然則始終無義乎
아 曰 義在春秋
요 不在起止
하니 春秋
는 라
夫傳之於經에 勤矣니 其述經之事가 時有賴其詳焉이어니와 至其失傳하얀 則不勝其戾也라
其述經之意가 亦時有得焉이어니와 及其失也하얀 欲大聖人而反小之하고 欲尊經而反卑之하니
取其詳而得者하고 廢其失者가 可也요 嘉其尊大之心이 可也요 信其卑小之說은 不可也라
問者曰 傳有所廢면 則經有所不通이리니 奈何오 曰 經不待傳而通者十七八이요 因傳而惑者十五六이라
日月은 萬物皆仰이나 然不爲盲者明이요 而有物蔽之者면 亦不得見也라
聖人之意가 皎然乎經이나 惟明者見之요 不爲他說蔽者見之也라
혹자가 묻기를 “《춘추春秋》는 어찌하여 은공隱公에서 시작하여 획린獲麟에서 끝마쳤는가?”라고 하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나는 알지 못하겠다.”라고 하였다.
묻는 자가 말하기를 “이는 학자가 마음을 다해야 할 바이거늘 어찌하여 알지 못한다는 것인가?”라고 하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춘추春秋》의 기사記事가 시작되고 끝마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이지만, 그대가 물은 바는 시작되고 끝마친 의의이므로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니, 나는 여기에 마음을 쓴 바가 없다.
옛적 공자孔子가 노魯나라에서 벼슬할 때에 쓰이지 못하였으므로 제후諸侯에게 갔는데 또 쓰이지 못하였다.
곤궁해져 돌아오니 또 노쇠하였는지라 비로소 저술하였다.
《시경詩經》은 〈관저關雎〉에서부터 〈노송魯頌〉까지 얻었고, 《서경書經》은 〈요전堯典〉에서부터 〈비서費誓〉까지 얻었고, 노魯나라의 역사는 은공隱公에서부터 기록하여 획린獲麟까지 기록된 것을 얻었으므로 마침내 산정刪定하여 편수編修하였다.
전대前代는 너무 먼 일인지라 성인의 저술은 세상의 법이 되기에 충분하면 될 뿐, 밝히기 어려운 먼 전대의 일을 궁구하지 않았다.
공자孔子는 사관史官이 아니었기에 역사를 찬술하는 일에 종사한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 얻은 바를 다하여 편수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노魯나라의 역사 기록은 일찍이 그친 적이 없으니, 지금 《좌씨전左氏傳》에서 그 기록들을 볼 수 있다.”라고 하였다.
혹자가 묻기를 “그렇다면 시작과 마침에는 별다른 의의가 없는 것인가?”라고 하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의의는 《춘추春秋》에 있는 것이지 기사가 시작되고 끝마침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니, 《춘추春秋》는 한마디 말을 삼가서 만세에 신표가 된 것이다.
나는 많은 설이 《춘추》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라고 하였다.
혹자가 묻기를 “그대는 은섭隱攝, 조돈趙盾, 지止의 시해에 대해 경經에만 의거하고 전傳은 무시하였다.
그러나 경經은 간략하기 때문에 전傳이 있은 뒤에라야 상세해진다.
그런데도 전傳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내 어찌 전傳을 다 무시할 수 있겠는가?
전傳은 경經에 대해 심혈을 기울여 부연설명한 글이니, 전傳이 경經의 일을 서술한 것 중에는 때때로 타당한 것도 있지만 잘못 해석한 것에 이르러서는 그 어그러진 것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또 경經의 뜻을 서술한 것 중에도 때로는 상세한 기록의 덕을 보기도 하지만, 잘못 해석한 것에 이르러서는 성인을 크게 하려다가 도리어 작게 만들어버리고 경經을 높이려다가 도리어 낮게 만들어버렸다.
상세하여 타당한 것을 취하고 잘못 해석한 것을 무시하는 것도 옳고, 경을 높이고 성인을 크게 하려고 했던 마음을 가상히 여기는 것도 옳지만, 경을 낮게 만들고 성인을 작게 만든 설을 신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하였다.
묻는 자가 말하기를 “전傳을 무시하는 바가 있으면 경經에 통하지 않는 바가 있을 것이니, 이것은 어찌하겠는가?”라고 하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경經은 전傳이 없어도 뜻이 통하는 것은 열에 일고여덟이고, 전傳 때문에 의혹이 생기는 것은 열에 대여섯이다.
해와 달은 만물이 모두 우러러보지만, 맹인盲人에게는 밝은 것이 아니고 가리는 물건이 있으면 또한 보지 못한다.
성인의 뜻이 경經에 명백하게 드러났으나 눈이 밝은 자만이 볼 수 있고, 다른 설에 가려진 자는 보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