符讀書城南
韓愈(退之)
符는 韓公子의 小字니 後更名하니라 長慶中及第하여 爲集賢校理하니라 ○ 韓昌黎先生有子하니 名符라 讀書於郡城之南이어늘 作此篇勉之하니 蓋欲學者知學則爲君子하고 不學則爲小人耳라
木之就規矩
는在梓匠輪輿
하고注+ 木之就規矩 在梓匠輪輿 : 規는 爲圓之器요 矩는 爲方之器라 ○ 凡木之成이 就於規圓矩方也라 梓人匠人은 木工也요 輪人輿人은 車工也니 俱攻木之工也니 事見周禮하니라人之能爲人
은由腹有詩書
니詩書勤乃有
요不勤腹空虛
라欲知學之力
인댄賢愚同一初
라注+ 賢愚同一初 : 賢智愚昧 同此有生之初하니 初者는 本然之性也라由其不能學
하여所入遂異閭
라兩家各生子
하여提孩
하고少長聚嬉戱
에不殊
라年至十二三
에頭角稍相踈
하고二十漸乖張
하여淸溝映汚渠
하고三十骨骼成
하여乃一龍一豬
라注+ 乃一龍一豬 : 於是에 其一學者는 如神龍之有變化하고 一不學者는 則如猪畜之無變化也라騰踏去
하니不能顧蟾蜍
라注+ 不能顧蟾蜍 : 蟾蜍는 駑馬也니 譬如人學與不學하여 學者는 騰達而去하여 不能顧其駑馬也라 舊註에 以爲水滴者誤라一爲馬前卒
하여鞭背生蟲蛆
하고一爲公與相
하여潭潭府中居
라問之何因爾
오學與不學歟
인저金璧雖重寶
나費用難貯儲
요學問藏之身
하여身在則有餘
라君子與小人
이不繫父母
라注+ 君子與小人 不繫父母且(저) : 不關係於父母生我之時요 在人學與不學耳라不見公與相
이起身自犁鋤
며不見三公後
寒饑出無驢
아注+ 不見三公後 寒饑出無驢 : 三公은 大臣也라 周以太師太傅太保로 爲三公하니 宇文周宋元因之하고 後漢至唐은 以太尉司徒司空爲三公하니라 豈不見三公之後子孫가文章豈不貴
리오經訓乃菑畬
라潢潦無根源
하니朝滿夕已除
라人不通古今
이면馬牛而襟裾
라注+ 馬牛而襟裾 : 如馬牛獸畜之無所知而被服世人之襟裾也라 ○ 襟은 袍之前袂요 衣後曰裾라行身陷不義
하니況望多名譽
아時秋積雨霽
하고新凉入郊墟
라燈火稍可親
이요簡編可卷舒
니豈不旦夕念
가爲爾惜
라恩義有相奪
이니注+ 恩義有相奪 : 閨門之情은 以恩掩義하고 師友之嚴은 以義掩恩하니 私恩失義면 無久遠之理하고 有相奪之期니라作詩勸躊躇
하노라
符가 城南에 독서하러 가다
한유(퇴지)
符는 韓公의 아들의 어렸을 적 이름이니, 뒤에 이름을 바꿨다. 長慶 연간에 급제하여 集賢殿 校理가 되었다.
○ 韓昌黎先生의 아들은 이름이 符이다. 고을 城의 남쪽에서 독서하였는데 이 편을 지어 권면하니, 배우는 자로 하여금 배우면 君子가 되고 배우지 않으면 小人이 됨을 알게 하고자 한 것이다.
나무가 規矩에 나아감
梓匠과 輪輿에게 달려 있고
注+規는 둥근 것을 만드는 기구이고 矩는 네모난 것을 만드는 기구이다.
○ 모든 나무의 이루어짐은 規의 둥금과 矩의 네모남에 있다. 梓人과 匠人은 木工이고 輪人과 輿人은 車工이니, 모두 나무를 다루는 목수로 《周禮》에 내용이 보인다.사람이 훌륭한 사람 됨
뱃속에 詩書가 있기 때문이네.
詩書는 부지런하면 갖게 되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뱃속이 텅 빈다오.
學問의 힘 알고자 할진댄
어진이와 어리석은 이 처음엔 똑같았는데
注+어질고 지혜로운 자와 우매한 자가 태어난 초기에는 똑같으니, 初는 本然의 性을 이른다.배우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들어가는 곳 마침내 門이 달라지네.
두 집에서 각기 자식 낳아
안아주고 웃을 때엔 재주 서로 비슷하고
조금 자라 모여 장난할 때엔
같은 隊伍의 물고기와 다르지 않다네.
나이 열두세 살에 이르면
頭角이 차츰 서로 달라지고
스무 살 되면 점점 벌어져
맑은 물이 더러운 도랑에 비치는 듯하며
서른 살에는 골격 이루어져
마침내 하나는 용 하나는 돼지 된다네.
注+이에 배운 한 사람은 神龍이 변화함이 있는 것과 같고 배우지 않은 한 사람은 돼지가 변화함이 없는 것과 같다.飛黃馬 타고 가니
두꺼비처럼 노둔한 말 돌아보지 않누나
注+蟾蜍는 노둔한 말이니, 비유하면 사람이 배우고 배우지 않은 것과 같아서 배운 자는 영달하여 떠나가서 노둔한 말을 돌아보지 않는다. 舊註에 물방울이라고 한 것은 잘못이다.하나는 말 앞의 마부 되어
등에 채찍 맞아 구더기 생기고
하나는 公과 정승 되어
깊고 너른 府中에 거한다오.
묻노니 무슨 연유인가
배우고 배우지 않은 차이라네.
금과 구슬 비록 중한 보배이지만
써버리면 저축하기 어려우며
學問은 몸에 간직하여
몸이 남아 있으면 유여하네.
君子와 小人
父母에게 달려 있지 않으니
注+부모가 나를 낳아주신 때와는 상관이 없고 사람이 배우느냐 배우지 않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公과 정승
보습과 호미로부터 出身한 것 보지 못하였는가.
三公의 後孫
춥고 굶주려 나갈 때 나귀도 없는 것 보지 못하였는가.
注+三公은 대신이다. 周나라는 태사ㆍ태부ㆍ태보를 三公이라 하였는데 宇文氏의 周나라와 宋나라와 元나라는 그대로 따랐고 後漢으로부터 唐나라까지는 태위ㆍ사도ㆍ사공을 三公이라 하였다. 不見三公後는 ‘어찌 三公의 후손들을 보지 못하였는가.’의 뜻이다.文章이 어찌 귀중하지 않겠는가
經書의 가르침 곧 田畓과 같은 것이라네.
고인 장마물 근원 없어
아침에 찼다가도 저녁에는 이미 없어지네.
사람이 古今의 일 통달하지 못하면
마소에다 옷 입혀놓은 격이니
注+마소와 짐승과 가축이 아는 바가 없으면서 사람의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 襟은 도포의 앞 소매이고 옷의 뒷자락은 裾라 한다.행동함에 不義에 빠지는데
하물며 명예가 많기 바라는가.
때는 가을이라 장마비 개이고
새로이 시원한 기운 郊外에 들어오니
등잔불 점점 가까이 하고
책 거뒀다 폈다 할 만하네.
어찌 아침저녁으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너 위해 세월 아까워하노라.
은혜와 義 서로 빼앗음 있으니
注+閨門의 情은 은혜로써 義를 가리고 師友의 엄함은 義로써 은혜를 가리니, 사사로운 은혜 때문에 의를 잃으면 장구한 이치는 없고 서로 빼앗는 기약만 있는 것이다.詩 지어 주저하는 너 권면하노라.
賞析이 시는 《韓昌黎集》 6권에 실려 있는 바, 韓愈가 唐나라 元和 11년(816) 가을 아들 符가 城南으로 독서하러 갈 때 지은 것이다. 韓公의 墓誌와 登科記에는 아들의 이름이 昶으로 되어 있는 바, 符는 昶의 어렸을 적 이름이다. 이 시 가운데 ‘新凉入郊墟 燈火稍可親’의 두 句는 시원한 가을철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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