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국紀國으로 가서 왕후王后를 맞이하였다.注+채공祭公은 제후諸侯로서 천자天子의 삼공三公이 된 자이다. 주왕周王이 노魯나라로 하여금 혼사婚事를 주재主宰하게 하였기 때문에 채공祭公이 노魯나라로 와서 환공桓公의 명命을 받은 뒤에 기국紀國으로 가서 왕후王后를 맞이한 것이다. 천자天子는 외국外國이 없기 때문에 왕후王后라고 칭한 것이다. 채공祭公 혼자서 온 것이 아니고 반드시 경卿이 수행하였을 것인데, 경卿을 기록하지 않은 것은 중重한 이만을 말하고 경輕한 이는 생략한 것이다.[부주]林: ‘채공래祭公來’라고만 칭稱하고 ‘왕사王使’라 칭하지 않은 것은 주왕周王의 성명成命(결정해 내린 명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遂’는 전專(제멋대로 함)이다. 그러므로 수遂를 기록한 것이 이때부터 비롯하였다.
수隨나라 소사少師가 그 임금에게 총애를 받으니, 초楚나라 투백비鬪伯比가 말하기를 “수국隨國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注+[부주]林: 백비伯比가 초자楚子에게 고告한 것이다. 전년前年에 수隨나라를 교만 방자하게 한 계책計策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말이다.
적국敵國에 틈이 생겼으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고 하였다.注+흔釁은 이용할 수 있는 틈이니, 덕德이 없는 자가 총애를 받는 것은 그 나라의 흔단釁端이다.
傳
여름에 초자楚子가 침록沈鹿에서 제후를 회합會合하였는데,注+침록沈鹿은 초楚나라 땅이다.[부주]林: 꼬투리를 만들어 수국隨國을 치려한 것이다.황국黃國과 수국隨國이 회합에 참가하지 않으니,注+황국黃國은 지금의 익양현弋陽縣이다.위장薳章을 보내어 황국黃國을 문책問責하게 하고,注+회합에 오지 않은 것을 문책한 것이다.초자楚子는 직접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수국隨國를 토벌하기 위해 한수漢水와 회수淮水 사이에 주둔하였다.
계량季梁이 수후隨侯에게 항복하기를 청하며 말하기를注+‘하지下之’는 항복하기를 청한 것이다. “저들이 우리의 항복을 허락하지 않은 뒤에 전투하면 우리의 군대를 격노激怒케 하고 적군敵軍을 해태懈怠하게 할 수 있습니다.”고 하였다.
그러자 소사少師가 수후隨侯에게 말하기를 “반드시 속전速戰하소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차 초군楚軍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잃을 것입니다.”고 하였다.注+[부주]林: 수인隨人으로 하여금 초楚나라가 용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노하게 하고, 초인楚人들도 그 임금을 바르지 않게 보아 태만한 마음을 가지게 하고자 한 것이다. 주朱: 항복하기를 청하면 초군楚軍이 태만해지고, 항복을 허락하지 않으면 아군我軍이 노할 것이니, 저들은 태만하고 우리는 분노憤怒하면 전쟁을 해 볼 만하다는 말이다.
傳
수후隨侯가 방어防禦하려 할 때 멀리 초사楚師를 바라보자,注+멀리 초군楚軍을 바라본 것이다.계량季良이 말하기를 “초인楚人은 왼쪽을 높이니注+[부주]朱: 계량이 또 초국楚國의 법法은 왼쪽을 귀하게 여긴다고 말한 것이다. 대체로 이적夷狄의 풍속이 이와 같으니, 좌임左衽의 유類같은 것이 이것이다.초군楚君이 반드시 좌군左軍에 있을 것입니다.注+군君은 초군楚君이다.[부주]朱: 초군楚君이 반드시 좌군左軍에 있다면 좌군은 모두 정예병精銳兵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초왕楚王과 마주치지 마시고, 우선 그 우군右軍을 공격하소서.
우군에는 양장良將이 없으니 반드시 패배할 것이고, 한쪽이 패배하면 초군楚軍의 군중群衆이 도망해 흩어질 것입니다.注+[부주]林: 한 쪽 군대가 패배하면 초군楚軍의 군중群衆이 두 마음을 품는다는 말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소사가 말하기를 “초왕楚王과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으면 우리가 저들의 적수敵手가 아님을 드러내는 것입니다.”라고 하니, 수후隨侯는 계량季梁의 말을 따르지 않고,注+계량의 계책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속기速杞에서 전투하다가 수군隨軍이 대패大敗하고 수후는 도망하였다.注+속기速杞는 수隨나라 땅이다. 일逸은 도망가는 것이다.
투단鬪丹이 수후隨侯의 융거戎車를 노획鹵獲하고 융우戎右소사少師를 생포生捕하였다.注+투단鬪丹은 초楚나라 대부이다. 융거戎車는 임금이 타는 병거兵車이다. 융우戎右는 거우車右이다. 소사少師를 총애하였기 때문에 그를 우右로 삼은 것이다.
傳
가을에 수隨나라가 초楚나라와 화평和平하였다.注+[부주]朱: 패전한 뒤에 초楚나라에 항복하고 화평和平을 청한 것이다.
초자楚子가 허락하지 않으려 하자, 투백비鬪伯比가 말하기를 “하늘이 수隨나라의 해악害惡을 제거하였으니,注+거질去疾(害惡을 제거함)은 소사少師가 잡혀 죽은 것을 이름이다. 수나라를 이길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초자楚子는 수나라와 결맹하고서 환국還國하였다.
傳
겨울에 주왕周王이 괵중虢仲에게 명하여 진晉나라로 가서 애후哀侯의 아우 민緡을 진나라 임금으로 세우게 하였다.注+괵중虢仲은 주왕周王의 경사卿士괵공虢公임보林父이다.
傳
채공祭公이 노魯나라로 와서 환공桓公의 명을 받고 드디어 기紀나라로 가서 왕후王后를 맞이하였으니, 예禮에 맞았다.注+천자天子가 제후諸侯 나라로 장가들 경우, 동성同姓제후諸侯로 하여금 혼사婚事를 주재主宰하게 한다. 채공祭公이 노魯나라로 와서 환공桓公의 명命을 받았기 때문에 ‘예禮’라고 한 것이다.
역주
역주1仲 :
대본에는 ‘中’으로 되어 있으나 《十三經注疏》本에 의거하여 ‘仲’으로 바로잡았다.
역주2王使魯主昏……受命而迎也 :
《正義》에 의하면 옛날 婚姻에는 남녀 쌍방의 지위가 서로 對等한 사람끼리 禮를 행하였으므로 天子가 諸侯에게 딸을 出嫁시킬 경우 同姓諸侯를 婚主로 삼아 王女를 그 나라로 보내어 상대 나라와 婚禮를 거행하게 하고, 諸侯國에서 王后를 맞이할 경우에도 역시 동성 제후를 婚主로 삼아 혼례를 거행하게 하였다.
역주3天子無外 故因稱王后 :
《公羊傳》에 “여자가 本國에 있으면 ‘女’라고 칭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王后’라 칭한 것은, 王者는 온 천하가 모두 자기의 나라이고 外國이 없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역주4드디어 :
林氏는 ‘遂’를 專으로 해석하였으나, 譯者는 이를 따르지 않고, ‘드디어’로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