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장자》 내외편을 통틀어 가장 난해하기로 이름난 이 편은 〈제물론齊物論〉이라는 편 이름의 의미부터 학자들의 논의가 분분하다. 곽상郭象, 성현영成玄英을 비롯한 당대 이전까지의 주석가들은 제물론齊物論이란 시비是非와 미추美醜라는 편견과 아집의 세계를 떠나 일체의 사물이 모두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세계를 주장한다는 의미로 보고 ‘제물齊物의 논論’으로 이해했다. 특히 유협劉勰이 《문심조룡文心雕龍》 〈논설論說〉에서,
“장자는 제물을 논의하면서 논論으로 편이름을 붙였다[莊周齊物 以論爲名].”
고 언급한 이래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제물론을 ‘제물지론齊物之論’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송대의 왕안석王安石과 여혜경呂惠卿, 임희일林希逸 이후로는 유儒‧묵墨을 비롯한 세속의 온갖 논의論議(衆論)와 시비是非를 가지런히 통일시킨다[齊]는 의미에서 ‘물론物論을 제齊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는데 어느 쪽의 견해를 따르느냐에 따라 〈제물론〉은 물론 장자 사상 전체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 전자의 입장에 서 있는 곽상은 〈제물론齊物論〉을 두고,
“스스로를 옳다 여기고 다른 사람을 그르다 하며 자신을 아름답게 여기고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 그 때문에 시비가 비록 달라도 피彼와 아我가 균등하다[夫自是而非彼 美己而惡人 物莫不皆然 然故是非雖異而彼我均也].”
고 풀이하여 제물론의 중심 논의를 만물제동의 사상으로 이해하였다.
반면 송대의 임희일은,
“물론物論이란 사람들의 논의이니 중론衆論이라고 말한 것과 같고, 제齊는 통일한다는 뜻이니 뭇 논의를 합쳐서 하나로 통일시키고자 함이다. 전국시대에는 학문이 같지 않아서 서로 간에 시비를 따졌다. 그 때문에 장자는 시비를 모두 잊고 자연으로 돌아감만 못하다고 여겼으니 이것이 편의 명칭을 제물론이라 한 뜻이다[物論者 人物之論也 猶言衆論也 齊者 一也 欲合衆論而爲一也 戰國之世 學問不同 更相是非 故莊子以爲不若是非兩忘而歸之自然 此其立名之意也].”
고 풀이하여 후자의 입장에 섰다.
이 편의 제1장은 남곽자기南郭子綦와 안성자유顔成子游의 긴 대화로 진행되는데, 이는 지전지구池田知久가 지적한 것처럼 도가사상道家思想의 역사적 전개의 개막을 고하는 기념비적 문답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 문답은 《장자莊子》를 비롯한 도가의 제문헌 가운데서 가장 이른 시기에 성립한 것으로 추정되며 동시에 가장 난해할 뿐만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제1장 도입부의 지뢰地籟에 대한 다채롭고도 리얼한 표현은 왕안중王安中이 “책을 덮고 있어도 바람 소리가 윙윙 들리는 듯하다.”고 감탄할 만큼 뛰어난 문학적 표현이며, 명말의 방이지方以智가 한 편의 천풍부天風賦라고 이름을 붙일 만큼 음악적일 뿐만 아니라, 숱한 아류작亞流作들을 낳았다는 점에서 고금을 통틀어 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문장이라 할 만하다.
〈제물론〉에서 도道는 ‘일一’이며 또 ‘무無’로서 인간의 지知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그 무엇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후 도가사상의 다양한 전개는 이 편에 나온 논의를 확대, 심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