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기士成綺가 어느 날 노자老子를 뵙고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일부러 먼 길을 마다 않고 와서 뵙고자 했습니다.
백일 동안 발에 못이 수없이 박히면서도 감히 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선생의 모습을 보건대 선생은 성인이 아니십니다.
쥐구멍에 먹다 남은 쌀 알갱이가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으니 어질지 못한 짓입니다.
날것과 익힌 것들이 눈앞에 잔뜩 남아 있는데도 한없이 재물을 쌓고 거두어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사성기士成綺가 다음 날 다시 노자를 뵙고 말했다.
“어저께 저는 선생을 헐뜯었는데 지금은 제 마음이 바르게 되어 그런 생각을 물리치게 되었습니다.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거나 신성神聖한 사람의 경지를 나는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하네.
자네가 어제 나를 소라고 불렀다면 나도 스스로 소라고 했을 것이고 나를 말이라고 불렀다면 나도 말이라고 했을 것일세.
만일 그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데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더 큰 재앙을 받을 것이니 내가 승복하는 것은 늘 그렇듯 떳떳하게 승복하는 것이지 복종하기 위해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네.”
사성기士成綺가 노자를 비스듬히 뒤따라 걸으며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천천히 걸어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자네의 얼굴은 깎아지른 듯 모나며 자네의 눈은 똑바로 쏘아보고, 자네의 이마는 높이 솟아 있고, 자네의 입은 크게 벌려져 있고, 자네의 풍채는 높은 산처럼 위압적인 모습이어서 마치 내달리는 말을 억지로 묶어 멈추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움직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네만 일단 튕기면 움직임이 쇠뇌같이 빠르고 살피는 일은 상세하고 지혜와 재주가 뛰어난데다 마음의 교만함이 밖으로 드러나 보인다.
이런 태도는 모두 믿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하니 변경에 그런 사람이 있는데 그 이름을 ‘도둑놈’이라 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