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周
할새 覩一異鵲
이 自南方來者 翼廣
이 七尺
이오 이러니 感周之顙而集於栗林
이어늘
今吾 遊於雕陵而忘吾身하야늘 異鵲이 感吾顙하야 遊於栗林而忘眞이어늘
장주莊周가 조릉雕陵의 울타리 안에서 산보하며 노닐 적에 남방에서 온 한 마리의 기이한 까치를 보았는데, 이 까치는 날개 너비가 7척尺이고 눈의 크기는 직경이 1촌寸이었는데 장주의 이마를 스쳐 지나가서는 밤나무 수풀에 머물렀다.
날개는 큰데도 제대로 날지 못하고, 눈은 큰데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구나.”
이렇게 말하고는 아랫도리를 걷어 올리고 살금살금 걸어가서 새총을 잡고 그것을 당겨 새를 잡으려 머물러 있다가, 한 마리 매미가 막 시원한 나무 그늘을 얻어 자기 몸을 잊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매미 뒤에서는 사마귀가 도끼모양의 발을 들어 올려 매미를 잡으려 하고 있었는데, 매미를 잡는다는 이득만 생각하고 자기 몸을 잊고 있었다.
이상한 까치는 바로 그 뒤에서 사마귀를 잡는다는 이익만 생각하고 자기 몸을 잊고 있었다.
물物이란 본시 이처럼 서로 해를 끼치는 관계로구나.
이욕利欲에 빠진 두 가지 다른 종류는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구나.” 하고는 새총을 버리고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는데 산지기가 쫓아와 장주를 호되게 꾸짖었다.
장주莊周가 돌아와 집으로 들어온 뒤 사흘 동안 기분 나빠했다.
“선생께서는 요즈음 무엇 때문에 오랫동안 기분 나빠하십니까?”
“나는 바깥의 형체에 정신을 빼앗겨 자신을 잊어버리고 탁한 물만 보다가 맑은 연못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나는 우리 선생님에게서 ‘세속에 들어가서는 세속을 따라야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나는 〈세속의 금법禁法을 어기고〉 조릉雕陵 울타리 안에 들어가 노닐다가 〈막 그늘을 차지하고 자신을 잊어버린 매미처럼〉 자신을 잊어버렸는데 마침 괴이한 까치가 내 이마를 스치고 가기에 어느새 율림栗林 속으로 들어가 노닐다가 나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잊고 있었는데,
율림栗林의 산지기가 나를 밤을 훔친 범죄자로 처벌해야 한다고 꾸짖었기 때문에 내가 기분 나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