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夫儒墨楊秉
이 且方與我以辯
하야 相拂以辭
하며 相鎭以聲
호대 而
하나니
“활을 쏘는 자가 미리 표적을 정해두지 아니하고 무엇엔가 적중하였다고 할 때, 그것을 두고 활을 잘 쏜다고 말한다면 온 천하 사람이 모두 옛날 활쏘기의 명수인 예羿가 되는 것인데 그렇게 말해도 되는가?”
“천하에 누구나 다 옳다고 하는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하는 것을 인정한다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요堯와 같은 성인이 되는 것이니 그렇게 말해도 되는가?”
“그렇다면 유가儒家와 묵가墨家와 양주楊朱와 공손룡公孫龍의 네 학파에다가 당신을 합쳐 다섯 학파가 되는 것인데 이 가운데 과연 어느 학파가 옳은 것인가?
어느 날 노거魯遽의 제자가 말하기를 ‘저는 선생의 도를 다 터득했습니다.
저는 겨울에는 솥에 불을 때서 음식을 만들 줄 알고 여름에는 얼음을 만들 줄 압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노거魯遽가 말하기를 ‘그것은 다만 겨울이 되면 양기陽氣로 양기陽氣를 부르고 여름이 되면 음기陰氣로 음기陰氣를 부르는 정도인지라 내가 말하는 도는 아니다.
내 이제 자네에게 나의 도를 보여주겠다.’라고 하고선, 이에 거문고를 조율하게 해서 하나는 대청마루에 놓고 또 하나는 방안에 놓았는데, 한쪽에서 궁宮의 가락을 뜯으면 다른 한쪽에서도 궁宮의 줄이 저절로 움직이며 또 한쪽에서 각角의 가락을 뜯으면 다른 한쪽에서도 각角의 가락이 저절로 움직이니 이는 양쪽의 음률이 같기 때문이다.
또 〈노거魯遽가〉 한 줄의 현을 고쳐 조율했는데, 이는 5음의 어느 음계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거문고를 뜯자 다른 25개의 현이 모두 공명하여 움직였다.
이것은 〈그 음이 물리적으로는〉 다른 소리와 다를 것이 없지만 〈위계상으로는〉 모든 음들의 으뜸이었기 때문일 뿐이다.
〈지금 그대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또 이와 같은 경우일 것이다.”
“유가와 묵가와 양주와 공손룡公孫龍의 네 학파가 바야흐로 나와 논쟁해서 서로 말로 배척하며 큰 소리로 억누르지만 아직 나를 그르다 하지는 못했다.
“제齊나라 사람 가운데 송宋나라에 자기 자식을 팔아넘긴 자가 있었는데, 문지기라도 시키려 했는데 온전한 몸으로는 문지기가 안 되기 때문에 자식을 불구자로 만들었다.
이런 자는 목이 긴 종을 구하면 혹시라도 그것이 훼손될까봐 소중하게 싸서 묶는 주제에, 팔려간 아들이 송나라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국경 밖으로 나가 〈아들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으니, 참으로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자라 할 것이다.
초나라 사람 가운데 절름발이로 몸이 팔려서 문지기가 된 자가 있었는데 이 자가 한밤중에 아무도 없을 때에 〈도망치려고 나루터까지 왔다가〉 뱃사공과 싸웠다고 하니 아직 건너편 언덕에 닿기도 전에 남의 원망을 사기에만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