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감妸荷甘은 신농神農과 함께 노룡길老龍吉에게서 배웠다.
신농이 책상에 기댄 채 문을 닫고 낮잠을 자고 있는데 아하감이 한낮에 문을 열고 들어와 “노룡 선생이 돌아가셨소.”라고 말했다.
신농이 책상에 기대어 있다가 지팡이를 잡고 일어나더니, 휙 지팡이를 내던지고 웃으면서 말했다.
“하늘 같으신 선생께서는 내가 비뚤어지고 속이 좁으며 거짓말 잘하고 엉터리라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나를 버리고 돌아가셨다.
선생은 나를 계발시켜줄 광언狂言 한 마디 없으신 채 돌아가셨구나.”
엄강弇堈이 조문하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무릇 도를 터득한 이는 천하의 군자들이 귀복歸服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지금 노룡길은〉 도道에 대해서 가을 짐승의 털끝만큼의 만분의 일조차도 얻지 못했으면서도, 오히려 〈도道에 관한〉 광언狂言을 간직한 채로 죽을 줄 알았다.
도道는 보아도 형체가 없으며 들어도 소리가 없으니 사람들이 도道를 말할 때 어둡다고 말하는데 어둡다고 말하는 것은 도를 논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어두움 자체가 도道인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