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王
이 欲擧而授之政
이나 而恐大臣父兄之弗安也
요 하사
昔者
에 寡人
이 호니 하야 號曰寓而政於臧丈人
이면
列士壞植散群
은 則
也
요 長官者不成德
은 則
也
요 螤斛不敢入於四竟則
니라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장臧이라는 땅에 노닐다가 어떤 남자가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의 낚시질은 물고기를 낚으려 하지 않았다.
물고기를 낚으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따로 낚으려는 것이 있어서 늘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문왕이 그를 등용하여 정치를 맡기려고 하였지만 대신들과 부형들이 불안해 할까 두려웠고, 끝내 그대로 놔두려고 하니 백성들에게 하늘로 떠받들 훌륭한 사람이 없는 것을 차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어젯밤에 과인이 꿈에 훌륭한 사람을 보았는데 얼굴은 검고 구레나룻을 길렀으며, 한쪽 발굽만 붉은 얼룩말을 타고 와서 큰 소리로 명령하기를 ‘그대의 국정國政을 장臧 땅의 노인에게 맡겨라.
그러면 민초民草들의 고통도 거의 구제될 것이다.’라고 하였소.”
여러 대부들이 놀라 얼굴빛을 고치고서 말하였다.
“그렇다면 점을 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시오.”
“선군先君의 명령이시니 왕께서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리하여〉 드디어 장臧 땅의 노인을 맞이해서 그에게 정사를 맡겼더니 그 노인은 지금까지의 법률을 고치는 것이 하나도 없고 편파적인 명령을 내리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3년이 지난 뒤 문왕이 국내의 정정政情을 살펴보았더니, 조정에 늘어선 관리들은 빗장을 부수고 파벌을 흩어버렸으며, 여러 관직의 책임자들은 자기의 덕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사사로운 됫박이 감히 사방의 국경에서 들어오지 않았다.
조정에 늘어선 관리들이 빗장을 부수고 파벌을 흩어버린 것은 곧 윗사람과 의견이 같음을 숭상하는 것이고, 여러 관직의 책임자들이 자기의 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일을 똑같이 함이고, 사사로운 됫박이 감히 사방의 국경에서 들어오지 않음은 제후들에게 두마음이 없는 것이다.
문왕이 이에 그를 태사太師로 삼고 스스로 제자의 자리에 나아가 북면北面하고서 말했다.
“이 정치를 온 천하에 미루어 갈 수 있을까요?”
그랬더니 장臧 땅의 노인은 멍한 채로 대답도 하지 않고 사양하는 듯 마는 듯 하더니 아침에 문왕의 명령을 받고서는 그날 밤으로 도망하여 몸을 마치도록 영영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문왕도 아직은 성인聖人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도대체 또 무엇 때문에 꿈을 빌릴 필요가 있었습니까?”
대저 문왕은 성인의 경지를 극진히 하셨으니 또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