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외편外篇의 첫 번째 편인 〈병무騈拇〉편은 외편의 다른 편들과 마찬가지로 맨 앞의 두 글자를 따서 편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이 편의 주장은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연의 본래 상태를 지킬 것을 주장하면서 유가儒家의 인의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보아 유가를 반대하는 일군一群의 장자 후학에 의해 기술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1장의 병무騈拇는 발가락의 군더더기 살이고 기지枝指는 육손이를 가리키는데 이것들이 모두 인간의 본성에 없는 군더더기인 것처럼 유가의 인의仁義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을 어기고 삶을 구속하는 군더더기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2장에 나오는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지만 이어 주면 슬퍼하고 학의 다리가 길지만 자르면 슬퍼한다.”는 말은 때로 《장자莊子》 전편을 관통하는 자연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대목으로 인용될 만큼 유명하다.
또 제4장에서는 도척盜跖과 백이伯夷를 들면서 도척은 재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고 백이는 명예를 위해 목숨을 바쳤기 때문에 세속의 기준으로 보면 한 사람은 도둑이고 한 사람은 성인이라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자기 본성이 원하는 것을 따르지 않고 외물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점에서 지나친 행위를 한 사람들임에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하면서 위로는 감히 인의를 붙들지 아니하고 아래로는 감히 지나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왕숙민王叔岷 같은 이는 글쓴이의 이 같은 태도를 거론하면서 인의仁義와 음벽淫僻의 사이에 머물고자 하는 기회주의적 인생관으로 불륜불류不倫不類의 비인륜적 사고방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물론 이와는 정반대의 견해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로 관봉關鋒 같은 이는 《장자莊子》의 다른 편이 무기력한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 주는 반면 이 편의 경우 체제를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