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거陽子居가 노담老耼을 만나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 어떤 사람이 있는데, 아주 민첩하고 굳세며, 만물을 잘 꿰뚫고 만사를 분명히 알며, 도를 배우는 데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사람은 명왕明王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사람은 성인과 비교하면 잡일이나 담당하며 기술에 얽매이는 자들인지라 몸을 수고롭게 하고 마음을 졸일 뿐이다.
게다가 호랑이와 표범의 아름다운 무늬는 사냥꾼을 불러들이고, 원숭이의 민첩함과 살쾡이를 잡는 개는 우리를 불러오는 법이니 이 같은 사람이 명왕明王에 견줄 수 있겠는가.”
“명왕의 다스림은 공功이 천하를 뒤덮어도 자기가 한 일로 여기지 않고, 교화敎化가 만물에 베풀어져도 백성들이 느끼지 못하며, 베풂이 있는데도 아무도 그 이름을 일컫지 않으며, 만물로 하여금 스스로 기뻐하게 하여, 헤아릴 수 없는 초월적인 경지에 서서 아무 것도 없는 근원의 세계에 노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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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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