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육덕명陸德明은 이 편의 내용을 기준으로 〈천운天運〉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라고 했지만 외편의 다른 편들과 마찬가지로 편수篇首에 나오는 ‘천기운호天其運乎’에서 두 글자를 따 편의 명칭으로 삼은 것이다(福永光司, 지전지구池田知久). 이 편에서는 천지자연을 운행하는 이법理法의 심원함, 무위無爲에 근거한 도덕道德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앞의 〈천지天地〉편, 〈천도天道〉편과 같은 논의를 담고 있지만 앞의 두 편에서 유가儒家 또는 법가사상法家思想과 타협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공자孔子의 도덕道德규범주의나 문화지상주의의 왜소함과 시대착오성을 야유揶揄하고 비판批判하는 논술이 많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공자학파를 격렬하게 공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제馬蹄〉편 〈거협胠篋〉편 등과 유사한 논술조차 보이고 있다.
이 편은 거의 전부가 대화 형식의 설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공자와 노자의 문답이 많은데 그들의 대화 속에서 역사를 변화의 관점에서 파악하여 시세의 추이에 순응하는 지금[今]의 존중이 강조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무위자연의 도道에 근거하는 일종의 철학적 음악론이라 할 수 있는 함지악론咸池樂論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이 편의 중요한 특징으로 〈양생주養生主〉편의 포정해우庖丁解牛와 더불어 동양의 예술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요긴한 자료이다.
복영광사福永光司의 주장에 따르면 이 편은 본래 한 사람이나 한 시대에 의해 이루어진 저작이 아니고 예로부터 노장老莊과 유사한 주제를 고민한 여러 사상가들에 의해 전해진 다양한 종류의 설화가 뒤에 《장자莊子》 문헌의 성립에 즈음하여 한 편으로 정리되고 다시 몇 번인가의 문헌 정리에 의해 현재의 형태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推定된다. 다만 복영광사福永光司의 이 같은 견해는 이 편 전체를 하나의 정리된 내용으로 보는 입장立場에서 추정한 것이다. 이 편에 보이는 여러 종류의 집필 연대는 많은 학자들이 이미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전국말戰國末에서 한초漢初에 걸치는 시기일 것이다.
지전지구池田知久는, 이 편에서는 공자와 노자(노담)의 만남이 세 차례에 걸쳐 나오고 있고, 당연히 모두 허구이지만 잘 손질된 것으로 흥미로운 내용이 많으며, 이 편에 나오는 공로회견孔老會見의 이야기가 한낱 두 사람의 대화라면 모르겠으나 후세의 대표적인 두 학파의 개조開祖와 개조開祖 사이의 사상적 대결이 되므로 공자를 노자의 아래에 세우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한다.
제1장은 제왕帝王에게, 천지일월天地日月의 도道를 지니고서 천하에 군림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제3장에서는, 지전지구池田知久의 설명을 빌리면, 음악의 연주를 주제로 삼아 도道를 근원적 실체로 하는 존재론存在論과 자연론自然論을 상술詳述하고 또 음악音樂의 향수론享受論에 가탁假託하여 도道를 체득하는 계제階梯를 이야기한다. 이 3장이 유명한 함지악론咸池樂論이다. 북문성北門成과 황제黃帝의 문답에 의탁해서 전개되는 이 음악론音樂論은 도가道家의 음악音樂에 관한 철학哲學으로 매우 중요한 내용인데, 복영광사福永光司에 의하면 이 함지악론咸池樂論은 3세기世紀 위魏‧진시대晉時代에 완적阮籍‧혜강嵆康에 의한 음악이론音樂理論의 형성形成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제4장은 공자의 사상이나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그의 노력을 조소하는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장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자나 유교를 공격하는 문답이 모아져 있는데 그 때문에 지전지구池田知久 같은 이는 전한前漢의 문제文帝에서 무제기武帝期에 이르는 시기, 곧 황로黃老와 유교儒敎의 대립이 첨예화해가던 시대의 문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