帝
이어시늘 吾 始
하고 하고 하야 하야 호이다
호니 其聲
이 하야 하야 타가 하야 호니 하야 이리라
황제黃帝의 신하 북문성北門成이 황제黃帝에게 이렇게 물었다.
“임금께서는 함지咸池의 음악을 저 광원막대廣遠莫大한 동정洞庭의 들판에서 악기를 늘어놓고 연주하셨는데, 저는 처음에 첫 번째 연주를 듣고서는 두려움에 빠졌고 다시 두 번째 연주를 듣고서는 두려움이 사라져 나른해지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연주를 들었을 때는 어지러워져 마음이 흔들리고 할 말조차 잊고서 마침내 스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먼저 인간 세상의 규율에 따라 연주하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소리가 울리게 하고, 예의의 질서를 갖추고 연주를 진행했으며, 태청太淸의 맑고 맑은 무위자연의 경지에 맞게 그것을 맺어 나갔다.
그리하여 사계절이 교대로 일어나면 만물이 그에 따라 생겨나듯이 혹은 성대해지고 혹은 쇠퇴하는 가운데 문文의 부드러운 음색音色과 무武의 강직한 음색이 차례대로 정돈整頓되며, 소리가 맑아졌다 탁해졌다 하는 가운데 마치 음양陰陽의 기氣처럼 잘 조화調和된다.
그리하여 잘 조화된 음악 소리가 널리 흘러 퍼지면서 동면하고 있던 벌레가 비로소 일어나면 나는 또 뇌정雷霆의 울림으로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 음악은 마침이 어디인지 알 수 없으며 시작이 어딘지도 알 수 없어서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기도 하며 엎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일정함이 끝이 없어서 하나도 예측할 수 없으니 너는 그 때문에 두려워했을 것이다.”
“나는 또 음양의 조화에 따라 연주하고, 해와 달의 밝음을 따라 음악을 화려하게 연주하였더니, 그 소리를 짧게 끊어지게 할 수도 있고 길게 늘어지게 할 수도 있으며 부드럽게 할 수도 있고 굳세게 할 수도 있게 되어 일제히 변화하여 옛 가락에 구애받지 않아서 골짜기를 만나면 골짜기를 채우고 작은 구덩이를 만나면 구덩이를 채우다가 욕망의 틈을 막고 정신을 지켜서 대상對象 사물의 있는 그대로에 순응順應해 나가니 그 소리는 맑게 울리고 그 〈함지악咸池樂이라는〉 이름도 높고 밝게 빛났다.
그 때문에 귀신도 어두운 곳을 지켜 떠나지 않고 일월성신도 제 길을 따라 움직이는데 나는 〈연주演奏를〉 어느 때는 유한有限의 세계에 그치기도 하고 어느 때는 그침이 없는 무한의 세계에까지 흘려보내기도 한다네.
자네가 아무리 헤아려 보아도 알 수 없으며, 아무리 바라보아도 볼 수 없으며 아무리 쫓아가도 미칠 수 없다.
그러다 자네는 흐리멍덩 넋이 나간 채 사방으로 끝없이 터진 대도大道 가운데 서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말라 버린 오동나무 책상에 기대어 신음 소리만 낼 것일세.
그 까닭은 눈의 지각 능력은 보고자 하는 데서 다하고 힘은 쫓아가고자 하는 데서 다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체에 공허함이 가득 차서 마침내 힘이 빠져 흐느적 흐느적 종잡을 수 없게 되니 너도 이처럼 종잡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느슨해졌던 것이다.”
“나는 또 나른함을 없애는 소리를 연주하고, 자연自然의 명령에 따라 조절하였다네.
그랬더니 만물이 떨기로 자라는 것처럼 이리저리 뒤섞여서 서로 쫓아다니며 모두 크게 즐거워하면서도 그렇게 만든 음악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널리 울려 퍼지는데도 끌고 다니지 않으며, 그윽하고 어두운 가운데 아무 소리도 없다.
일정한 방향 없이 움직이고 그윽하고 어두운 근원의 세계에 조용히 머물러 있으니 어떤 사람은 죽었다 하고 어떤 사람은 살아 있다 하고 어떤 사람은 충실하다 하고 어떤 사람은 열매 없이 꽃만 무성하다 한다.
자유자재로 유전流轉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녀서 일정한 소리에 얽매이지 않으니 세상 사람들이 의심하여 성인聖人에게 물어본다.
성인聖人이란 자기自己의 정성情性을 남김없이 실현하고 주어진 명령을 완수하는 존재이다.
자연의 조화造化(天機)를 인위적으로 펼치지 않아도 오관五官의 기능이 갖추어져 있으니 이것을 일러 천락天樂이라 하니 말없이 마음으로 기뻐할 따름이다.
그 때문에 그 옛날 유염씨有焱氏도 이 함지악咸池樂을 기리는 글을 지어 이렇게 말했다.
‘들으려 해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보려 해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천지 사이에 충만하며 육극六極을 감싸 안는다.’ 그러니 너는 이 음악을 들으려 해도 접할 수 없다.
이 함지咸池의 음악은 처음에는 듣는 자에게 두려움의 감정을 갖게 하나니, 두려워하게 되기에 불안감이 생긴다.
나는 다음으로 또 듣는 자를 나른하게 하는 음악을 연주하니 나른해지기에 멀리 도망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듣는 자를 어지럽게 하는 음악을 연주하니 어지러워지기에 어리석게 된다.
어리석어지기에 도道와 하나가 될 수 있으니 〈이렇게 되면〉 도道에 내 몸을 싣고 도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