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로 其與萬物
로 接也
에 至無而供其求
하나니 컨댄 이로다
“도는 깊은 못처럼 고요히 머물러 있으며 맑은 물처럼 깨끗하다.
쇠붙이나 돌이 그것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그 때문에 쇠붙이나 돌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질이 있지만 도에 맞추어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울리지 않을 것이니 만물 중에서 누가 그것을 일정하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왕자王者의 덕德을 갖춘 사람은 타고난 소박함을 지켜 만물의 변화에 따라가면서 세속의 잡사雜事에 능통하게 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며, 사물의 본원本原인 도道를 확립하여 지知가 신묘神妙한 경지에 통한다.
그 마음이 밖으로 나타날 때에는 다른 사물이 먼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을 말미암는다.
그 때문에 형체는 도道가 아니면 생성되지 못하고, 이렇게 생성된 사물事物은 덕德이 아니면 밝게 빛나지 못한다.
형체를 가진 사물을 사물로 존재케 하고 만물이 각기 삶을 끝까지 누리게 하며 덕德을 이루고 도道를 밝힌 사람이, 왕자王者의 덕을 갖춘 이가 아니겠는가.
홀연히 나와 발연勃然히 움직이면 만물이 모두 그것을 따르니 이런 사람을 일러 왕자의 덕을 갖춘 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서 보며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귀 기울이니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새벽빛을 보며 소리 없는 정적 속에서 홀로 커다란 화음和音을 듣는다.
그 때문에 깊이 하고 또 깊이 해서 만물을 만물로 존재케 하고 신묘하고 또 신묘하게 해서 만물이 정묘精妙하게 한다.
그 때문에 만물과 접촉할 때에 스스로 완전한 무無이면서 만물의 각기 다른 요구에 이바지할 수 있으니 나그네가 때때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잠잘 곳을 찾는 것처럼 대소장단에 맞추어 마침내 영원한 곳에 이르기까지 만물이 쉴 곳을 찾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