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귀門無鬼와 적장만계赤張滿稽가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토벌하는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군대를 구경 했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덕德은〉 유우씨有虞氏(舜)의 덕德에 미치지 못하나 보다.
“천하가 고르게 다스려지고 있는데 유우씨가 다스린 것인가 아니면 어지러운 뒤에 다스린 것인가?”
“천하가 고르게 다스려지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인데 〈천하가 고르게 다스려지고 있다면〉 또 어찌 유우씨가 새삼 다스려 주기를 생각하겠는가.
유우씨가 두창頭瘡을 치료하는 방식은 이미 머리가 벗겨진 뒤에 가발을 씌우고 병이 심해진 뒤에 의원을 찾는 것과 같다.
효자는 약을 마련하여 어버이에게 바칠 때에 〈걱정으로〉 얼굴색이 초췌하지만 성인은 〈평소에 봉양을 잘 해서 어버이가 병들지 않게 하지 못한〉 그런 미흡한 행동을 부끄러워한다.
지덕의 시대에는 어진 사람을 숭상하지 않았으며 능력 있는 자를 부리지 않았다.
그래서 윗사람은 마치 나뭇가지 끝과 같았고 백성들은 마치 들의 사슴과 같아서 단정하게 행동하면서도 그것을 의義라 자랑할 줄 몰랐고, 서로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인仁이라 자랑할 줄 몰랐으며 진실하게 행동하면서도 그것을 충忠이라 자랑할 줄 몰랐으며 마땅하게 행동하면서도 그것을 신信이라 자랑할 줄 몰랐으며 벌레처럼 부지런히 움직여 서로 도와주면서도 그것을 베푸는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행동함에 자취가 없었으며 일을 해도 후세에 전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