飾人之心하며 易人之意하야 能勝人之口오 不能服人之心하니 辯者之囿也라
惠施 不辭而應하며 不慮而對하야 徧爲萬物說하야 說而不休하며 多而無已호니
由天地之道로 觀惠施之能컨대 其猶一蚊一虻之勞者也이온 其於物也에 何庸이리오
惠施 不能以此로 自寧코 散於萬物하야 而不厭하야 卒以善辯으로 爲名하니 惜乎라
혜시惠施는 다방면에 걸친 학문을 추구하여 장서藏書가 수레 다섯 대에 실을 정도로 많았으나, 그 도리道理가 잡박하여 그 말이 적중하지 못했다.
그는 사물의 의미를 차례로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
지극히 커서 밖이 없는 것을 일컬어 대일大一이라 하고, 지극히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을 일컬어 소일小一이라 한다.
두께가 없는 것은 쌓아올릴 수는 없으나, 그 넓고 큼은 천리 사방에 미친다.
하늘은 땅과 마찬가지로 낮고 산과 못은 둘 다 평평하다.
해는 중천에 떠오르면서 기울기 시작하고, 사물은 생기는 동시에 죽어간다.
크게는 같으면서 작게는 다른 것을 조금 다르다[小同異]고 하고, 만물이 물物이라는 점에서는 다 같고, 개별로서는 다 다른 것을 일러 크게 다르다[大同異]고 한다.
연나라의 북쪽과 월나라의 남쪽이 바로 중앙이다.
두루 만물을 사랑하면 사물의 차별이 없어지고 하늘도 땅도 하나가 된다.
혜시惠施는 이상의 명제(歷物十事)를 뛰어난 것으로 자부하여, 이것을 천하에 공표하여 논리학자들을 설득하였다.
그래서 천하의 논리학자들이 모두 서로 더불어 이것을 즐거워하였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도달할 수 없으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까지의 길이는 끊어지지 않는다.
곱자로 네모를 그릴 수 없고 그림쇠로 원을 그릴 수 없다.
구멍에 꽂아 넣은 장부를 구멍이 꽉 둘러싸고 있지 않다.
살촉이 붙은 화살이 빨리 날아가더라도 날아가지도 머물지도 않을 때가 있다.
한 자 길이의 채찍을 매일 절반씩 자르면 영원토록 다 자를 수 없다.
당세當世의 변자辯者들은 이상의 명제(辯者二十一事)를 가지고 혜시惠施와 함께 서로 응수하면서 죽을 때까지 논쟁을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쓸데없이 꾸며대게 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여 사람들의 입을 이길 수는 있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승복시키지는 못하였으니, 이것이 변자辯者의 한계이다.
혜시는 날마다 지혜를 쏟아 사람들과 변론하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천하天下의 변자辯者들과 기괴한 의론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그들의 본질이다.
그러나 혜시의 구변은 스스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말하기를 “천지는 참으로 장대하구나!”라고 하였다.
혜시가 품은 생각은 웅대하였으나 실제로 실천할 방법은 없었다.
남쪽 땅에 기인奇人이 있었으니 이름이 황료黃繚이다.
그가 〈혜시에게〉 하늘과 땅이 추락하지 않고 꺼지지 않는 이유와 비, 바람, 천둥이 일어나는 까닭을 물었다.
혜시는 사양하지 않고 응답하여 잘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대답하여 두루 만물에 대해 설명하면서 말을 그치지 않았으며 수다를 떨며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도 오히려 그것을 적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괴이한 말까지 보탰다.
그리하여 인정人情에 어긋나는 것을 오히려 진실이라 하고, 말로 남을 이기는 것으로 명성을 얻으려 하였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과 적절하게 지내지 못했으니 도덕道德을 추구하는 데는 빈약하고 외물外物을 추구하는 데는 강했으니 그가 나아간 길은 협소했다.
천지의 도道를 기준으로 혜시惠施의 재능을 바라본다면 그것은 한 마리 모기나 한 마리의 등에가 수고롭게 날아다님과 같으니, 사물에게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그를 도道의 일단一端에 충당하는 것은 그래도 괜찮지만 만일 도道를 더욱 존귀하게 했다고 말한다면 위험하다.
혜시는 이 정도를 스스로 편안히 여기지 아니하고 산만하게 외물을 추구하여 싫증내지 않아서 끝내 말 잘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으니 애석한 일이다.
혜시의 재능은 멋대로 행동하여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으며 만물을 쫓아가 돌아오지 않았으니, 이것은 메아리를 멈추게 하고자 하면서 큰 소리를 지르고 몸이 그림자와 경주하면서 그림자에게서 떨어지려 하는 것이니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