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구별이 없는 혼돈渾沌 속에 살면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염담적막恬淡寂漠의 삶을 누리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음양이기陰陽二氣가 본래의 조화를 얻어 고요하며, 귀신도 사람들을 동요시키지 아니하며, 사계절의 운행이 절도에 맞으며, 만물이 손상되지 아니하며, 모든 생물生物이 요절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비록 지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쓸 필요가 없었으니, 이런 때를 일컬어 만물일체가 실현된 시대(至一의 시대)라 한다.
이 시대에는 아무도 억지로 함이 없고 늘 자연 그대로의 상태이었다.
그러다가 덕德이 쇠퇴衰頹하여 수인씨燧人氏와 복희씨伏羲氏가 처음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순종하기는 했지만, 서로 일체가 되지 못했다.
덕德이 또 더욱 쇠퇴하여 드디어 신농씨神農氏와 황제黃帝가 비로소 천하를 다스리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삶은 편안해지긴 했지만 서로 순종하지 않게 되었다.
덕德이 또 더욱 쇠퇴하여 드디어 도당씨陶唐氏(堯)와 유우씨有虞氏(舜)가 비로소 천하를 다스리는 시대에 이르렀다.
그들은 정치와 교화의 흐름을 일으켜 사람들의 순후淳厚한 진심을 천박하게 하고 소박素朴한 본성을 소산消散시켜 도道를 떠나 엉뚱한 것을 선善이라 하며, 덕德을 위태롭게 만들어 그것을 실행하게 되었다.
그런 뒤에 사람들은 소박한 본성을 버리고 사심私心을 따라 사심私心이 사심私心과 분별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식이 발달하더라도 그들의 지식으로 천하를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하게 되었다.
그런 뒤에 쓸데없는 껍데기를 갖다 붙이고 박식이라는 꾸밈을 보태서, 껍데기[文]가 바탕[質]을 없애버리고 박식이 인간의 마음을 탐닉케 하였다.
그런 뒤에 백성들은 비로소 미혹되고 혼란에 빠져 자기 본성의 진실한 모습으로 돌아가 처음의 상태인 도道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살펴본다면 세상은 참된 도道를 잃어버리고, 또 참된 도道도 그 도道를 실현할 세상을 잃어버렸는지라.
세상과 도道가 서로 상대를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도道를 체득한 성인聖人이 있다 한들 어떻게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겠으며, 세상 또한 어떻게 그 도道에 의지해 일어날 수 있겠는가.
도道가 세상에 일어날 수 없고 세상이 도道에 의지해 일어날 수 없다면 성인이 비록 〈일부러〉 산림 속에 몸을 감추지 않더라도 그 덕德은 이미 숨겨진 것이니, 이미 숨겨져 있는 까닭에 스스로 숨지 않는다.
옛날 이른바 은둔한 선비들은 자기 몸을 엎드려서 보이지 않게 한 것이 아니며 말문을 닫아서 말을 꺼내지 않았던 것이 아니며 지혜를 속에 감추어서 밖으로 공표公表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시운을 만나 천하에 크게 시행함에는 사람들을 하나로 돌아가게 하되 자취를 남김이 없고 시운을 만나지 못해 천하에서 크게 곤궁할 때에는 뿌리를 깊이 박고 지극한 도를 편안히 여기며 때를 기다렸으니 이것이 몸을 보존하는 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