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는 아무리 큰 것을 수용해도 다하지 아니하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만물이 여기에 갖추어져 넓고 넓어서 용납하지 않음이 없고 깊고 깊어서 헤아릴 수 없다.
형벌과 은덕에 의한 정치나 인의仁義에 의한 교화는 정신 중에서 지엽말절에 지나지 않으니 지인至人이 아니면 누가 이런 본말의 관계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지인至人이 세상을 다스리는 일은 또한 큰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 큰일도 지인至人을 얽매이게 하기는 부족하며, 온 천하 사람들이 권세를 얻으려고 분투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어울리지 아니하고, 거짓 없는 진실眞實의 도道를 잘 살펴서 이익에 따라 움직이지 아니하며, 사물의 진실을 극진히 알아서 그 근본을 지킬 줄 안다.
그 때문에 지인至人은 천지를 도외시하고 만물을 다 잊어버려도 정신精神은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도道에 정통하고 타고난 그대로의 덕德에 합치하며 인의仁義를 물리치고 예악禮樂의 속박을 물리치니 〈이렇게 한 뒤에야 비로소〉 지인至人의 마음이 안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