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明日에 又與合堂同席而坐하야 子産이 謂申徒嘉曰
我先出則子止하고 子先出則我止라호니 今我將出하노니 子는 可以止乎아
신도가申徒嘉는 절름발이인데 정나라 자산子産과 함께 백혼무인伯昏無人을 스승으로 모셨다.
〈병신과 나란히 걷는 것이 싫어서〉 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했다.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가 남아 있고,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겠네.”
그 다음날에 또 같은 집에 모여 자리를 함께하고 앉아 있었는데, 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했다.
“〈어제〉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가 남아 있고,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겠다고 말했는데, 지금 내가 나가려 하니, 자네가 남아 있어 주겠는가?
또 자네는 집정자執政者를 보고도 피하지 않으니, 자네가 집정자와 같은 신분인가?”
“선생님의 문하에서도 참으로 이와 같이 집정자니 뭐니 하는 구분이 있는가?
자네는 바로 자신의 권력을 믿고 남을 함부로 업신여기는 사람이다.
내가 듣건대, ‘거울이 깨끗하면 티끌이나 때가 붙지 않는다.
티끌이나 때가 붙으면 그 거울은 밝게 비추지지 못한다.’라고 하니 오랫동안 현인과 함께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
지금 자네가 큰 도道를 배우겠다고 모시는 사람은 바로 선생님인데, 아직도 이와 같이 말을 하니 또한 잘못이 아니겠는가.”
“자네가 이미 이와 같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요堯임금과 더불어 선善을 다투려 드니, 자네의 덕德을 헤아려 본다면 〈그런 말을 해서 좋은지 나쁜지를 충분히〉 스스로 반성할 수 있지 않은가.”
“〈자기의 잘못으로 발 잘리는 형벌에 처해지고서도〉 스스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변명의 말을 꾸며 대어 발이 잘려 없어지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고, 〈잘못을 인정하여〉 자신의 잘못을 꾸며대지 않고서 발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 〈오히려〉 부당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적다.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아서 마치 운명처럼 그것을 편안히 여기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예羿가 활쏘는 사정권射程圈 안에서 놀면, 그 과녁의 한가운데는 화살이 적중하는 자리이다.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온전한 발을 가지고 온전치 못한 내 발을 비웃는 자들이 많다.
그때 나는 발끈하고 성을 내다가도 선생님이 계신 곳에만 가면 깡그리 잊어버리고 본래의 평정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니, 선생님께서 훌륭한 도道로 나를 인도해주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 깨우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선생님과 노닌 지 19년이 되었는데, 한번도 내가 절름발이임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나와 육체의 내면에서 교유交遊하고 있는데도, 그대는 나를 육체의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에서 찾고 있으니, 또한 잘못이 아닌가?”
자산이 깜짝 놀라면서 얼굴색을 바꾸고 태도를 고치고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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