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도를 닦는데 세상의 상식과 서로 어긋나 옳지 않은 것을 옳다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합니다.
변론가들이 말하기를 ‘단단하고 흰 것을 둘로 나누되 마치 처마 끝에 매달아 보여 주는 것처럼 분명하다.’고 하니 이 같은 사람은 성인이라 할 만합니까?”
“그런 사람은 잡일이나 담당하며 기술에 얽매이는 자들인지라 몸을 수고롭게 하고 마음을 졸이게 할 뿐이니 〈예를 들면〉 살쾡이 잡는 사냥개가 사냥에 동원되고 민첩한 원숭이가 산림山林에서 붙잡혀 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 그대에게 그대가 들을 수 없는 것과 그대가 말할 수 없는 것을 일러 주겠다.
무릇 머리가 있고 발이 있어도 마음이 없고 귀가 없는 존재가 많고, 형체를 가진 존재 중에서 무형무장無形無狀의 도道와 일체가 되어 다 함께 존속存續하는 존재는 전연 없다.
형체가 있는 것들은 움직임과 그침, 삶과 죽음, 폐지되고 일어남이 있으니 또 그들이 이것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스리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 만물萬物을 잊고 자연의 천天까지도 잊는 것은 그 이름을 자기를 잊는 것이라 한다.
자기를 잊어버리는 사람, 이런 사람을 일컬어 천天(자연)의 경지에 들어갔다고 일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