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야직東野稷이 말 부리는 솜씨를 가지고 위衛나라 장공莊公을 뵈었다.
〈그가 말을 부릴 때〉 나아가고 물러남이 먹줄에 꼭 들어맞았으며 좌우左右로 도는 것이 그림쇠에 들어맞았다.
장공莊公은 옛날 말을 잘 부리던 사람인 조보造父도 이보다 나을 수 없다고 하고서, 그로 하여금 거리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게 하였다.
안합顔闔이 〈조정에 나오는 도중에〉 동야직東野稷을 만나 보고 들어와 장공莊公을 뵙고 말했다.
“동야직東野稷의 말은 이제 곧 지쳐 쓰러질 것입니다.”
장공이 잠자코 대꾸하지 않고 있었는데, 잠시 지난 뒤 과연 말은 쓰러지고 동야직東野稷만 돌아왔다.
“말의 힘이 다했는데도 여전히 달리기를 요구했기 때문에 지쳐 쓰러질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공수工倕는 〈물건을 만들 때〉 손을 움직이면 그림쇠와 곱자를 씌운 듯 딱 들어맞았다.
그의 손가락은 나무나 쇠 등의 재료와 일체가 되어 사심으로 이것저것 따지는 일이 없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결같아서 막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발을 잊어버리는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이고, 허리를 잊어버리는 것은 허리띠가 꼭 맞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지知가 시是와 비非(善과 악惡)의 판단을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마음이 대상과 꼭 맞기 때문이다.
마음에 동요動搖가 없고 외물에 끌려가는 일이 없는 것은 일이 기회에 꼭 맞기 때문이다.
대상과 꼭 맞는 데서 시작하여 어떤 경우에도 꼭 맞지 않음이 없는 것은 꼭 맞게 행동하는 것이 꼭 맞다는 것조차도 잊어버리는 경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