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거협胠篋’은 작은 상자를 연다, 협篋을 거胠한다, 즉 상자를 열어 상자 안의 물건을 훔친다는 뜻이다.
《경전석문經典釋文》에서는 ‘거사이명편擧事以名篇’이라 하나 편수篇首의 두 글자를 취하여 제목으로 한 것. 또 이 편은 〈병무騈拇〉‧〈마제馬蹄〉 두 편과 관계가 깊고, 같은 그룹에 의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유가적인 인의仁義‧성지聖知 등은 위정자의 본질 - 대도大盜를 덮고 감추는 허위의식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그것들을 기거棄去하여 옛날의 소박素朴한 이상사회 ‘지덕지세至德之世’로 돌아가자고 호소한 문헌이다.
편중篇中, 이상사회의 이미지는 그 전의 아나키한 유토피아에서 후퇴하여 노자적인 리얼리즘(80장)에 접근해 있고 또 ‘고왈故曰’을 머리에 얹은 《노자老子》와 같은 구句가 두 차례(3장. 어불가탈어연魚不可脫於淵, 국지이기國之利器, 불가이시인不可以示人. - 노자老子36장, 3장. 대교약졸大巧若拙 - 노자老子45장)나오는 것 등에서, 《노자老子》 형성의 과정과 병행竝行하여, 이미 《노자老子》風 문헌文獻의 일부一部가 성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임희일林希逸처럼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장주莊周의 자필自筆로 믿는 학자도 없는 것은 아니나 근자에는 왕부지王夫之, 복영광사福永光司처럼 《노자老子》의 조술祖述로 파악하는 자가 많다. 그러나 임의독林疑獨 《장자해莊子解》‧주득지朱得之가 서한西漢의 문文이라고 한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사기史記》 장자전莊子傳에 편명篇名이 보인다). 또한 무내의웅武內義雄‧허지산許地山 《도교사道敎史》는 이 편과 《귀곡자鬼谷子》의 관계를 지적한다.
전편全篇이 1장을 이룬 논문이나(陳景元, 요내姚鼐), 편의상 4장으로 나눈다.
이 편篇에서 주목되는 점은 지전지구池田知久도 지적하고 있듯이 “위정자爲政者의 정치지배政治支配와 유가儒家의 ‘인의仁義’ ‘성지聖知’ 등의 이데올로기와의 상호의존相互依存의 교리관계交利關係를 예리하고도 명석하게 분석하고 있는 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