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거陽子居가 〈노담老聃을 뵐려고〉 남쪽으로 패沛 땅에 가려고 할 때, 노담老聃이 〈마침 패沛를 떠나〉 서쪽으로 진秦나라에 여행을 떠났다.
그래서 양자거陽子居는 위魏나라의 서울 대량大梁에 가서 교외에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노자老子를 만났다.
〈대량大梁의 성안으로 함께 걸어가는〉 도중에 노자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여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나는 그대를 가르칠 보람이 있는 사람으로 여겼는데, 지금 보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윽고 여관에 이르러 〈양자거가 노담을 위해〉 세숫대야와 양치할 물과, 수건에 빗을 받들어 올리고 나서, 신발은 문 밖에 벗어놓고 무릎으로 기어 〈노담〉 앞으로 나아가서 말했다.
“아까는 제가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는 바로〉 가르침을 청하고자 했으나 선생님께서 걸어가시느라 겨를이 없었기에 그 때문에 감히 여쭙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겨를이 있는 듯하여 아까 꾸중하신 까닭을 여쭙고자 합니다.”
“그대는 눈 부릅뜨고 노려보면서 뻐겨대니 그래 가지고서야 그대가 누구와 함께 살 수 있겠는가.
진짜 맑고 깨끗한 것은 때묻은 것처럼 보이고 정말로 충실한 덕은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법이다.”
양자거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을 바꾸고 용모를 바로 고치고 말했다.
양자거가 처음 여관에 갔을 때에는 〈눈 부릅뜨고 뻐겨대서〉 같이 묵던 숙박객들이 모두 나와서 맞이하며 여관 주인이 자리를 들고 오고 여관 주인의 아내가 수건과 빗을 가지고 오며, 숙박객들은 자리를 피하고 난롯가에서 불 쬐던 자들은 불기 있는 따뜻한 자리를 양보하여 피할 정도였는데, 그가 돌아갈 때에는 숙박객들이 〈자리를 비켜주기는커녕〉 그와 자리를 다투게까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