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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3)

장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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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3) 목차 메뉴 열기 메뉴 닫기
莊子 妻 死거늘 惠子 弔之러니 하야 커늘
惠子曰
타가 어늘 又鼓盆而歌하나니 不亦甚乎
莊子曰
不然하니라
하고 氣變而有形하야 形變而有生이라가 今又變而之死하니 相與爲春秋冬夏하야 四時行也니라


장자莊子의 아내가 죽어서 혜자惠子가 조문하러 갔더니 장자는 다리를 뻗고 철퍼덕 앉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이렇게 말했다.
“아내와 함께 살면서 자식까지 키우고 함께 늙도록 연륜年輪을 쌓다가 바로 그 아내가 죽었는데도 곡을 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괜찮으나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하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이 사람이 처음 죽었을 때에 난들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마는 그 삶의 처음을 살펴보았더니 본래 삶이 없었고, 삶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形體도 없었고, 형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조차 없었다.
황홀한 가운데에 섞여서 변화變化하여 기가 나타나고 기가 변화하여 형체가 이루어지고 형체가 변하여 삶이 이루어졌다가 지금 또 변화해서 죽음으로 갔으니 이것은 서로 봄‧여름‧가을‧겨울이 되어서 사계절이 운행運行되는 것과 같다.
저 사람이 천지의 큰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데 내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사람들의 습속習俗을 따라 울어대는 것은 스스로 천명天命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기에 그만두었다.”


역주
역주1 莊子則方箕踞 : 장자가 바야흐로 다리를 뻗고 철퍼덕 앉아 있음. 箕踞는 두 다리를 곧게 뻗고 철퍼덕 앉아 있는 모양으로 예절에 구속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箕는 그 모습이 곡식의 쭉정이를 까부는 키와 비슷함을 형용한 것이고, 踞는 거만한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역주2 鼓盆而歌 :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함. 鼓는 두드리다는 뜻. 盆은 동이. 盆을 질장구 따위의 악기라고 풀이하는 주석도 있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그냥 동이를 악기처럼 두드리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맥락에 더 가깝다.
역주3 與人居 長子老身 : 아내와 함께 살면서 자식까지 키우고 몸이 늙도록 함께 삶. 人은 그 사람, 즉 아내를 지칭한다. 長子는 자식을 키운다는 뜻. 子자가 莊子를 지칭하는 이인칭 대명사라는 주장이 있지만 옳지 않다. 宣穎은 長을 키우다[育]는 뜻으로 풀이했다. 老身은 몸[身]을 늙게 했다[老], 즉 늙도록 年輪을 쌓아왔다는 뜻. 이 부분은 異說도 많고, 우리나라 林希逸 注 현토본에서는 “與人居長이라가 子老身死어든”으로 되어 있기도 한데, 이것은 불확실한 현토임. 현토를 “與人居 長子老身타가”로 고치고 “死어든”은 다음 구에 이어서 읽도록 하였다. 이 부분의 句讀는 底本인 《莊子集釋》본의 “與人居 長子老身”을 따른 것이다.
역주4 死不哭亦足矣 : 바로 그 아내가 죽었는데도 곡을 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괜찮음. 아내가 죽었는데 슬퍼서 哭을 하지 않음은 물론 용납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그래도 봐줄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
역주5 我獨何能無槪然 : 난들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 槪然은 슬픈 모양. 槪는 慷慨의 慨와 통하는 글자. 司馬彪는 “槪는 느낌이다[槪 感也].”고 풀이했다.
역주6 察其始而本無生 : 그 삶의 처음을 살펴보았더니 본래 삶이 없었음. 其始는 아내가 생명을 가지기 이전의 상태를 가리킨다.
역주7 非徒無生也 而本無形 : 삶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도 없었음. 非徒는 ‘~할 뿐만 아니라’.
역주8 非徒無形也 而本無氣 : 형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氣조차 없었음. 氣를 숨, 곧 氣息의 뜻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池田知久의 지적처럼 아래의 ‘氣變而有形’에 비추어볼 때 氣가 변화해서 형체가 있게 되는 구조로 보고 氣를 형체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의 뜻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역주9 雜乎芒芴之間 變而有氣 : 황홀한 가운데에 섞여서 변화하여 氣가 나타남. 황홀한 모양.
역주10 人且偃然寢於巨室 而我噭噭然隨而哭之 : 저 사람이 천지의 큰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데 내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사람들의 습속을 따라 울어댐. 人은 장자의 아내를 지칭한다. 偃然은 누워 있는 모양. 成玄英은 “偃然은 편안히 쉬는 모양이다[偃然 安息貌也].”고 풀이했다. 巨室은 큰 집. 여기서는 천지 사이를 뜻한다. 成玄英은 “巨室은 천지 사이를 말함이다[巨室 謂天地之閒也].”고 풀이했다. 噭噭는 슬피 우는 모양.
역주11 自以爲不通乎命 故止也 : 스스로 천명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기에 그만둠. 이 대목은 장자가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여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슬퍼하다가 나중에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대목과 관련하여는 〈大宗師〉편 제1장에 보이는 “죽고 사는 것은 명이요, 〈죽고 사는 것에〉 밤낮처럼 일정함이 있는 것은 天이다[死生命也 其有夜旦之常 天也].”는 사상을 이어받은 것으로 지적하는 학설이 있다.

장자(3) 책은 2019.04.23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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