擄其人民
하며 係其牛馬
하야 使其君
으로 한 然後
에야 拔其國
하고 한 然後
에야 하니 折其脊
호리이다
時相與爭地而戰
하야 伏尸數萬
이러니 逐北
하야 하니라
通達之中에 有魏하고 於魏中에 有梁하고 於梁中에 有王하니
위왕魏王 형瑩이 제齊나라의 전후田侯 모牟와 맹약을 맺었는데, 전후田侯 모牟가 이 맹약을 배반하였다.
위왕魏王 형瑩이 분노하여 사람을 시켜 그를 찔러 죽이려 했다.
위魏의 서수犀首 즉 장군 공손연公孫衍은 그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임금께서는 만승의 군주이신데 필부가 사용하는 방법으로 원수를 갚으려 하십니다.
저는 청컨대 갑옷 입은 무장군사 20만을 받아서 주군을 위해 제왕齊王을 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인민을 포로로 잡고 그 소와 말을 탈취하여 그 임금으로 하여금 몸 안에서 열이 나 등에 등창이 나오게 한 연후에 제齊나라 서울을 점령 탈취하고 제나라의 장군 전기田忌가 서울을 버리고 달아나면 그런 뒤에 〈잡아서〉 그 등을 회초리로 매질하며 그 등뼈를 부러뜨리겠습니다.”
위魏나라의 신하인 계자季子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공손연公孫衍의 태도를 부끄러이 여기고 말했다.
“열 길 높이의 성을 쌓아서 성을 쌓아올린 높이가 열 길이 되었는데 또 그것을 파괴해버리면 공사를 담당하는 수인囚人들만 괴로울 뿐입니다.
이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지가 7년이나 되었으니, 바로 이 평화가 주군께서 왕자王者가 될 수 있는 기초입니다.
그러니 〈전쟁을 주장하는〉 공손연公孫衍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람입니다.
또 다른 위나라 왕의 신하 화자華子는 이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말했다.
“제나라에 대한 토벌을 잘 꾸며 말하는 자는 물론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람이지만, 치지 말라고 잘 꾸며 말하는 자도 역시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람이며, 칠 것을 주장하는 이와 치지 않을 것을 주장하는 이를 모두 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자들이라고 말하는 나 같은 사람도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람입니다.”
“임금께서는 저 근원의 도道를 구하실 따름입니다(道를 구하는 방법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뜻이다.).”
위나라의 재상으로 고명한 논리학자인 혜자惠子가 이 일련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왕에게 위나라의 유도자有道者 대진인戴晉人을 만나 보게 하였다.
그랬더니 대진인戴晉人은 위나라 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달팽이라고 하는 작은 벌레가 있는데 임금님께서도 아시겠지요?”
“달팽이의 왼쪽 뿔에 나라를 세우고 있는 군주가 있는데 촉씨觸氏라고 합니다.
또 달팽이의 오른쪽 뿔에 나라를 세우고 있는 군주가 있는데 만씨蠻氏라고 합니다.
어느 때에 〈이 두 나라가〉 서로 영토를 다투어 전쟁을 일으켜 싸움터에 쓰러진 시체가 수만이나 되었는데 패배한 적을 십오 일이나 추격한 뒤에 회군하였습니다.”
“그러면 제가 임금님을 위하여 이 이야기를 실증해 보이겠습니다.
임금님께서는 생각하시기에 우주공간의 상하사방에 다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무한한 상하사방에 마음을 노닐게 할 줄 알면서 다시 인적人跡이 통하는 한 나라에 마음을 두면, 한 나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작은 존재로 여겨질 것입니다.”
“인적이 통하는 나라 중에 위魏라는 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서울인 양梁 땅이 있고 양 땅 안에 임금님께서 계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임금님의 존재와 달팽이 오른쪽 뿔 위의 군주 만씨蠻氏와 무슨 구별이 있겠습니까?”
혜자惠子가 데리고 온 손님(戴晉人)이 나가자 임금은 잠시 멍하니 얼빠진 모습으로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손님(戴晉人)이 나가고 난 뒤 곧 혜자惠子가 들어와 뵈었더니, 임금이 말했다.
“선생이 데리고 온 손님(戴晉人)은 대인大人이니, 성인도 그분을 당하기엔 부족할 것이오.”
“저 피리를 불면 오히려 피리소리의 높고 큰 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칼집의 작은 구멍에 입을 대고 불면 픽하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날 뿐입니다.
요堯나 순舜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성인聖人이기는 합니다만 요순堯舜의 덕을 이 대진인戴晉人 앞에서 말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그것은 칼집에서 가느다란 픽 소리가 한 번 나는 것과 같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