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王이 失國이어시늘 說이 失屠羊하고 大王이 反國이어시늘 說이 亦反屠羊호니 臣之爵祿이 已復矣어니
吳軍이 入郢이어늘 說이 畏難而避寇언정 非故隨大王也어늘
今大王이 欲廢法毁約而見說하시니 此 非臣之所以聞於天下也로소이다
夫三旌之位
를 吾知其貴於
也
하며 萬鍾之祿
을 吾知其富於屠羊之利也
언마는
說不敢當이로소니 願復反吾의 屠羊之肆하노이다하고 遂不受也하니라
초楚나라 소왕昭王이 전쟁에 져서 나라를 버리고 도망칠 때 염소 도살꾼 열說(열)이 달아나면서 소왕昭王을 호종扈從하였다.
뒤에 소왕昭王이 나라에 돌아와 그때 호종하였던 사람들에게 상을 내리려 할 적에 상이 염소 도살꾼 열說에게까지 미쳤다.
“대왕께서 나라를 잃으셨을 때 저 또한 양羊을 도살하는 직분을 잃었고 대왕께서 나라에 돌아오셨을 때 저도 또한 양羊을 도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저의 작록은 이미 회복된 것입니다.
그러니 그 위에 또 무슨 상이 따로 있겠습니까?” 하고는 상을 사양하였다.
“대왕께서 나라를 잃은 것은 저의 죄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감히 그 주벌을 받을 수가 없으며, 대왕께서 나라를 회복해서 다시 돌아오신 것도 저의 공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감히 그 포상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초나라의 국법은 반드시 중대한 상을 받을 만한 큰 공적이 있어야만 그런 뒤에 임금을 뵐 수 있습니다.
지금 신의 지혜는 국난을 구제하여 나라를 존속케 하기에 부족하고 또 저의 용기는 외적의 침략에 죽음으로 대적하기에 부족합니다.
오군吳軍이 초나라 서울 영郢에 쳐들어왔을 때 제가 위난을 두려워하여 적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피하였던 것일 망정, 제가 일부러 대왕을 호종수행扈從隨行하였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대왕께서 나라의 국법을 무시하고 규약을 깨고 저를 만나 보려 하시니, 이것은 제가 천하에 명성을 떨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도양열屠羊說은 비천한 지위에 머물러 있는데도 도의道義를 진술함이 매우 높으니 그대는 나를 위하여 그를 삼공三公의 지위로 끌어올리도록 하시오.”
“무릇 삼공三公의 지위가 염소를 도살하는 가게보다 귀하다는 사실을 제가 잘 알고 있으며 만종萬鍾의 녹祿이 염소 도살로 버는 이익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찌 작록을 탐내어서 우리 임금으로 하여금 함부로 상을 베풀었다는 오명을 입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런 높은 지위를 감히 감당할 수 없으니, 원컨대 다시 제가 일하던 염소 도살하는 가게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하고는 끝내 상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