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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3)

장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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請嘗言移是하노라


삶이란 마치 가마솥 밑의 검댕처럼 홀연히 생기는 것인데 잠깐 사이에 흩어져 옳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바뀐다.
시험 삼아 옳음의 기준이 바뀌는 것을 말해보자면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그러하나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말해본다.〉 섣달 납제사를 지낼 때 소를 희생으로 바치는데 소의 내장과 굽은 따로 나누어야 하지만 〈제사를 지낼 때는 한 마리 온전한 소를 바쳐야 하기 때문에〉 나누어서는 안 된다.
또 집을 둘러볼 때 침전寢殿사당祠堂을 두루 살펴보고 나서는 뒷간을 살펴보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는 일에 해당한다.
시험 삼아 옳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는 것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이것은 삶을 근본으로 여기고 앎을 스승으로 받들고서 이것을 따라 시비를 가르는 입장에 서게 된다.
그 결과 명목과 실질의 분리가 생겨나고 이어서 자기의 기준을 바탕으로 삼아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의 명절名節(명예)을 인정하게 하고 이어서 죽음으로 그 명절에 보상하니 이 같은 자는 쓰임이 있는 것을 지혜롭다 여기고 쓰이지 못하는 것을 어리석다 여기며 세상에 통하는 것을 명예로 여기고 곤궁한 것을 치욕으로 여기니 이처럼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이 요즘 사람들이다.
이는 〈대붕大鵬을 비웃는〉 매미나 작은 새들이 함께 하는 짓을 같이하는 것이다.


역주
역주1 有生黬(암)也 : 삶이란 마치 가마솥 밑의 검댕과 같음. 생명은 가마솥 밑의 검댕처럼 홀연히 생긴다는 뜻이다. 黬은 솥 밑에 붙은 검댕.
역주2 披然曰 移是 : 잠깐 사이에 흩어져 옳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바뀜. 披然은 이리저리 흩어지는 모양(方勇‧陸永品). 移是는 옳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바뀐다는 뜻으로 시비에 일정한 기준이 있을 수 없음을 말한다. 郭象은 “이미 이리저리 흩어져서 구분이 있게 되면 각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한다. 옳음은 일정하게 있는 곳이 없다. 그 때문에 옮긴다고 말한 것이다[旣披然而有分 則各是其所是矣 是無常在 故曰移].”라고 풀이했다.
역주3 嘗言移是 非所言也 : 시험 삼아 옳음의 기준이 바뀌는 것을 말해보자면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님. 시비의 기준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역주4 雖然 不可知者也 : 비록 그러하나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을 알 수 없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말조차 하지 않으면 시비의 기준이 얼마나 어지럽게 변하는지 알 수 없다는 뜻. 郭象은 “시비의 기준이 바뀐다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바뀐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시험 삼아 말해보는 것이다[不言其移 則其移不可知 故試言也].”라고 풀이했다.
역주5 臘者之有膍胲 可散而不可散也 : 섣달 납제사를 지낼 때 소를 희생으로 바치는데 소의 내장과 굽은 따로 나누어야 하지만 〈제사를 지낼 때는 한 마리 온전한 소를 바쳐야 하기 때문에〉 나누어서는 안 됨. 臘은 납제사로 섣달에 先祖와 五祀에 지내는 제사이다. 膍는 처녑, 곧 소나 양 따위의 내장. 胲는 엄지발가락, 여기서는 굽을 가리킨다. 소를 잡을 때 내장과 굽은 먹지 않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내지만 제사를 지낼 때에는 한 마리 소 전체를 바쳐야 하기 때문에 분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분리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냐는 기준이 때에 따라 바뀜을 말한 것이다.
역주6 觀室者 周於寢廟 又適其偃焉 : 집을 둘러볼 때 침전과 사당을 두루 살펴보고 나서는 뒷간을 살펴봄. 寢은 正寢이고 廟는 사당. 偃은 뒷간. 側間.
역주7 爲是 擧移是 :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는 일에 해당함. 擧는 옳음의 기준이 바뀌는 실례를 이와 같이 들 수 있다는 뜻이다.
역주8 是 以生爲本 以知爲師 因以乘是非 : 이것은 삶을 근본으로 여기고 앎을 스승으로 받들고서 이것을 따라 시비를 가르는 입장에 섬. 삶과 앎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은 모두 그릇된 것으로 여기는 편견에 빠진다는 뜻이다.
역주9 果有名實 因以己爲質 : 그 결과 명목과 실질의 분리가 생겨나고 이어서 자기의 기준을 바탕으로 삼음. 명목과 실질을 까다롭게 따지고 자신의 기준으로 시비를 가늠하는 태도를 말한다.
역주10 使人 以爲己節 因以死 償節 :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의 名節(명예)을 인정하게 하고 이어서 죽음으로 그 명절에 보상함. 목숨을 바쳐 자신이 명예롭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뜻이다.
역주11 以用爲知 以不用爲愚 : 쓰임이 있는 것을 지혜롭다 여기고 쓰이지 못하는 것을 어리석다 여김. 세상에 쓰이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 여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는 뜻이다.
역주12 以徹爲名 以窮爲辱 : 세상에 통하는 것을 명예로 여기고 곤궁한 것을 치욕으로 여김. 徹은 통한다는 뜻. 窮은 困窮, 곧 막힌다는 뜻이다.
역주13 移是 今之人也 : 이처럼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이 요즘 사람들임. 이처럼 자신의 편의에 따라 옳고 그름의 기준을 제멋대로 바꾸는 것이 요즘의 세태라는 의미이다.
역주14 是蜩與學鳩 同於同也 : 이는 〈대붕을 비웃는〉 매미나 작은 새들이 함께 하는 짓을 같이하는 것이다. 蜩與學鳩는 〈逍遙遊〉편에 나왔다.

장자(3) 책은 2019.04.23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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