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之君人者는 以得으로 爲在民하고 以失로 爲在己하며 以正으로 爲在民하고 以枉으로 爲在己라
匿爲物而愚不識하며 大爲難而罪不敢하며 重爲任而罰不勝하며 遠其塗而誅不至하나니
民知力竭하야는 則以僞로 繼之하나니 日出多僞어늘 士民이 安取不僞리오
夫力不足則僞하고 知不足則欺하고 財不足則盜하나니
백구柏矩가 노담老聃에게 배웠는데, 어느 날 노담에게 말했다.
“청컨대 온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견학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디부터 천하를 다니는 여행을 시작하려 하는가.”
백구柏矩는 제나라에 이르러 책형磔刑을 당해 저잣거리에 시신이 매달려 있는 죄인을 보고 힘껏 밀어서 쓰러뜨리고서는 자기의 조복朝服을 벗어 시신을 덮어주고 하늘을 향해 소리 지르고 곡하면서 말했다.
지금 천하에는 커다란 재앙이 있는데 그대가 유독 제일 먼저 이 재앙에 걸렸구나.
세상 사람들은 ‘도적질을 하지 말고 살인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영예와 치욕이 분명해진 뒤에 근심하는 것이 드러나고 재화가 모인 뒤에야 다투는 것이 드러난다.
지금 사람들이 근심하는 것을 더욱 분명히 하고 사람들이 다투는 것을 더욱 모으며 다른 사람의 몸을 곤궁하게 해서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하니 이 지경에 이름이 없기를 바란들 되겠는가.
옛날 임금 노릇 했던 자는 성공이 있으면 그 공은 백성에게 있다고 하고, 실패한 경우에는 그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하였으며 올바른 것은 백성들 쪽에 있다 하고 굽은 것은 자기 쪽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라도 천여天與의 육체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한 백성이 있으면 물러나 스스로 질책하였던 것이다.
번거롭게 번쇄한 일을 꾸며 만들고서 그것을 알지 못하는 백성을 어리석다 업신여기고, 크게 어려운 일을 꾸며 만들고서 그것을 감히 하지 못하는 사람을 용기가 없다고 죄주고, 과중한 임무를 정해놓고 그것을 감내하지 못하는 사람을 법률위반이라 하여 벌주고, 이상을 지나치게 멀리 제시하고 거기에 이르지 못하는 백성을 부도덕하다고 처형한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이〉 지력知力이 다해버리면 거짓으로 속이는 행동이 여기에 이어지게 되나니 이처럼 백성들이 매일매일 많은 거짓을 거듭하게 되면 사인士人과 인민人民이 어떻게 거짓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무릇 〈인간이란〉 힘이 부족하면 거짓을 저지르게 되고, 지知가 부족하면 남을 속이게 되고 재화가 부족하게 되면 남의 것을 훔치게 된다.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를 도대체 누구에게 잘못했다고 책임을 추궁해야 옳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