然而
하며 事君
에 不遇世
하야 하며 逐於州部
호니 則胡罪乎天哉
오
하나니 汝 得全而形軀
하며 하야 이오 而
어니 又何暇乎天之怨哉
리오
向者애 休來커늘 吾告之以至人之德호니 吾는 恐其驚而遂至於惑也하노라
昔者
에 어늘 魯君
이 說之
하야 爲具太牢以饗之
하며 奏九韶以樂之
한대 鳥乃始憂悲眩視
하야 不敢飮食
하니
어늘 吾告以至人之德
호니 니 彼
는 又惡能無驚乎哉
리오
노魯나라의 손휴孫休라는 사람이 편경자扁慶子 선생의 문하에 이르러 탄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고향에 살면서 사람들에게서 부도덕하다고 하는 악평을 듣지 않았으며, 전쟁터에 나아가서는 비겁하다는 악평을 듣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들에서 농사를 지음에 풍년을 만나지 못하고 나아가 벼슬하여 임금을 섬김에 제때를 만나지 못하여, 향리鄕里에서도 빈척擯斥되고 주州의 관청으로부터 추방되었으니 하늘에 무슨 죄를 지은 것일까요?
저는 어찌하여 이 같은 운명을 만나게 되었을까요?”
“그대도 지인至人이 어떻게 자유롭게 행동하는지 들어서 알고 있겠지?
지인至人은 자기의 간肝과 담膽의 활동을 잊어버리며, 귀와 눈에 의한 감각작용을 잊어버리고서 멍하니 세속의 티끌 밖에 방황하며, 아무 것도 일삼지 않는 일에 소요逍遙한다고 한다.
이것을 일컬어 하면서도 자기의 공로를 뽐내지 아니하며, 길러 주면서도 주재主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지식을 꾸며 어리석은 자들을 놀라게 하고, 몸을 깨끗하게 닦아서 타인의 오점을 밝게 드러내는데 그 행동이 밝고 밝아서 마치 해와 달이라도 내건 듯하니 그대와 같은 사람은 그대의 몸뚱이를 온전히 갖고 그대 몸의 각종 기관을 온전히 갖추고서 귀머거리‧장님‧절름발이‧앉은뱅이 등으로 중도에 요절함 없이 사람들 무리 속에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또 어느 겨를에 하늘을 원망하겠는가.
편자扁子는 〈손자를 전송하러 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와 잠깐 앉아 있다가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탄식하였다.
“아까 손휴孫休가 찾아왔기에 내가 그에게 지인至人의 덕德에 대해 말해주었는데, 나는 아무래도 그가 놀라 드디어 혼란에 빠질까 걱정이다.”
만약 손자孫子가 말한 것이 옳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그른 것이라면 그른 것은 진실로 옳은 것을 혼란에 빠뜨릴 수 없고, 반대로 손자孫子가 말한 것이 그르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옳은 것이라면 그는 본시 혼란한 상태로 찾아온 것이니, 〈선생님에게〉 또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옛날 노魯나라 도성 밖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는데 노나라 임금이 기뻐하여 최고급요리를 갖추어 향응하고, 구소九韶의 음악을 연주하여 즐겁게 하였는데 새는 처음부터 근심하고 슬퍼하며 눈이 어찔어찔 어지러워하다가 감히 마시지도 먹지도 못했다.
이것을 일컬어 노군魯君 자신의 양생법을 가지고 새를 기른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새를 기르는 데 알맞은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마땅히 깊은 수풀 속에 살게 하며 강호江湖에 떠다니게 하며 미꾸라지나 피라미를 먹게 하고, 자기와 부류가 같은 새들의 항렬行列을 따라다니거나 함께 머물러 있게 하며, 있는 그대로 만족스럽게 지내면서 살게 하면 새가 편안하게 살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저 손휴孫休는 작은 구멍 열어보듯 보는 것이 좁고, 들은 것이 적은 사람인데 내가 지인至人의 덕德을 이야기해 주었으니 비유하면 새앙쥐를 수레나 말에 태우고 메추라기를 종 치고 북 치는 음악으로 즐겁게 해주려는 격이니 그가 또 어찌 능히 놀람이 없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