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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3)

장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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顔淵 問於仲尼曰
夫子步亦步하며 夫子趨亦趨하며 夫子馳亦馳호대
夫子曰
何謂邪
夫子步亦步也 夫子言亦言也
夫子趨亦趨也 夫子辯亦辯也 夫子馳亦馳也 夫子言道回亦言道也
及奔逸絶塵이어시든 而回瞠若乎後者 夫子하며 한들 而不知所以然而已矣로다
仲尼曰
可不察與
日出東方而入於西極이어든 하며 이라 이니 萬物 亦然이라
有待也而死하며 有待也而生하나니 一受其하나로하며 效物而動호대 日夜無隙而不知其所終하며
雖然이나 奚患焉이리오


안연顔淵중니仲尼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께서 걸으시면 저도 걷고 선생님께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시면 저도 빠른 걸음으로 걷고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립니다.
선생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리면서 먼지 하나 내지 않으실 때에는 저는 다만 뒤에 처져서 눈만 휘둥그레질 따름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요?〉”
중니가 말했다.
야.
무슨 말이냐?”
안회顔回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걸으실 때 저도 걷는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의견을 말씀하시면 저도 또한 의견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시면 저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변론을 하시면 저도 따라서 변론을 한다는 것이고,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린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에 대해 말씀하시면 저도 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리면서 먼지 하나 내지 않으시는데 이르러서, 제가 다만 뒤에 처져 눈이 휘둥그레질 따름이라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서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친하게 지내지 않고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사랑을 받으시고, 따로 통치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도 민중들이 선생님 앞에 모이는데 그러면서도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할 뿐입니다.”
중니仲尼가 말했다.
“아아.
잘 살펴야 할 일이다.
무릇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고, 육체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은 그 다음으로 슬픈 일이다.
해는 동방에서 떠올라 서쪽 끝으로 들어가는데, 지상의 모든 존재[萬物]가 나란히 따르지 않음이 없으며, 눈이 있고 발이 있는 존재는 이 해에 의존한 뒤에라야 일을 성취할 수 있는지라, 이것이 떠오르면 세상에 드러나고 해가 지면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니 만물 또한 그러하다.
무엇인가를 기다린 뒤에 죽고 무엇인가를 기다린 뒤에 생존하게 되니 나라는 존재는 한번 몸[成形]을 받으면 곧장 죽지는 않더라도 소진되기를 기다리며 〈그 사이〉 다른 존재를 따라 움직이는데 밤낮으로 잠시의 쉴 틈도 없어 어디서 마치는지를 알지 못한다.
어렴풋한 가운데 사람의 몸을 받고 태어나 자신의 운명을 알고는 있다 하더라도 이전의 모습은 도저히 알 수 없으니 나는 이 몸을 가지고 날마다 변화와 함께 나아가고 있다.
나는 종신토록 너와 함께 하는데 너는 팔뚝 한 번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뒤에 처져 나를 잃어버리니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는 아마도 나의 드러난 면만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저 겉모습은 이미 다한 것인데 너는 그것을 있는 것이라고 여겨서 찾으니 이는 마치 말이 길가의 쉬어가는 곳[路亭]에 잠시 머물다 갔는데 뒤늦게 그 모습을 찾는 것과 같다.
내가 과거에 너에 관해 생각했던 것을 이미 잊어버린 것처럼 너도 나에 관해 생각하던 것을 빨리 잊어버려야 할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너는 무슨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
비록 옛날 나의 모습을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역주
역주1 夫子步亦步……而回瞠若乎後矣 : 선생님께서 걸으시면 저도 걷고 선생님께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시면 저도 빠른 걸음으로 걷고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립니다. 선생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리면서 먼지 하나 내지 않으실 때에는 저는 다만 뒤에 처져서 눈만 휘둥그레질 따름입니다. 林希逸은 步, 趨, 馳, 奔逸, 絶塵은 모두 말[馬]의 상태를 비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奔逸은 나는 듯 달림(林希逸)이고 絶塵은 워낙 빨리 달려 달릴 때 일어나는 먼지가 말을 따라잡지 못함을 나타낸 표현이다(方勇‧陸永品). 瞠若은 눈이 휘둥그레한 모양. 여러 학자들의 지적처럼 이 대목은 《論語》 〈子罕〉편에서 안연이 공자의 모습을 두고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을수록 더욱 단단하며 바라보면 앞에 있더니 어느덧 뒤에 있다[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고 탄식한, 이른바 ‘仰鑽瞻忽’의 탄식을 염두에 두고 작성한 듯하다.
역주2 不言而信 不比而周 : 아무 말 하지 않고서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친하게 지내지 않고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사랑을 받음. ‘不比而周’는 《論語》 〈爲政〉편에서 “군자는 두루 사랑하고 패거리를 짓지 아니하며 소인은 패거리를 짓고 두루 사랑하지 않는다[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고 한 대목을 약간 변형하여 작성한 듯하지만 맥락은 다소 다르다.
역주3 無器而民滔乎前 : 통치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도 민중들이 선생님 앞에 모임. 器는 국가를 다스리는 도구, 곧 권력이나 지위 따위를 말한다. 成玄英은 “실제로 인군의 지위도 없는데 백성들의 발길이 앞에 이르러 많은 무리가 모임이다[實無人君之位 而民足蹈乎前而衆聚也].”고 풀이했다.
역주4 哀莫大於心死 而人死亦次之 :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고, 육체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은 그 다음임. 心死는 정신적 죽음을 뜻하고 人死는 육체적인 죽음을 뜻한다.
역주5 萬物 莫不比方 : 지상의 모든 존재[萬物]가 나란히 따르지 않음이 없음. 比方은 나란히 따라간다는 뜻.
역주6 有目有趾者 : 눈이 있고 발이 있는 존재. 곧 인류를 지칭한다. 〈天地〉편에 나온 ‘有首有趾者’와 같다. 褚伯秀는 “머리가 있고 발이 있다는 것은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있는 모든 사람을 일컬음이다[有首有趾 謂凡戴天履地之人].”고 풀이했다.
역주7 待是而後 成功 : 이 해에 의존한 뒤에라야 일을 이룸. 是는 해를 지칭한다.
역주8 是出則存 是入則亡 : 이것이 떠오르면 세상에 드러나고 해가 지면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짐. 是는 역시 해를 지칭한다.
역주9 成形 : 이루어진 형체. 곧 사람이 태어날 때 부여받은 본래의 신체를 의미한다.
역주10 不化以待盡 : 곧장 죽지는 않더라도 消盡되기를 기다림. 당장 죽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신체의 기능이 소진되어 죽는다는 뜻. 〈齊物論〉편 제1장에도 “한번 몸[成形]을 받으면 곧장 죽지는 않더라도 소진되기를 기다리는 것인데 〈공연히〉 사물과 더불어 서로 다투어서 소진시키는 것이 말달리는 것과 같아서 멈추게 하지 못하니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一受其成形 不亡(化)以(而)待盡 與物 相刃相靡 其行盡如馳 而莫之能止 不亦悲乎]”라고 하여 유사한 내용이 나오지만 의미는 다소 다르다.
역주11 薰然其成形 : 어렴풋한 가운데 사람의 몸을 받고 태어남. 薰然은 어렴풋한 모양. 薰에 대해서는 몇 가지 견해가 있지만 赤塚忠이 曛의 가차자로 풀이한 것이 적절하다.
역주12 知命不能規乎其前 : 자신의 운명을 알고는 있다 하더라도 이전의 모습은 도저히 알 수 없음. 명을 아는 知命者라 하더라도 태어나기 이전의 모습을 알 수는 없다는 뜻. 規는 ‘헤아리다’는 뜻. 馬叙倫은 ‘規’를 ‘窺’의 가차자로 보고 ‘엿보다’는 뜻으로 이해했는데 참고할 만하다.
역주13 丘 以是日徂 : 나는 이 몸을 가지고 날마다 변화와 함께 나아감. 是는 이루어진 형체, 곧 成形을 지칭한다. 徂는 간다[往]는 뜻. 成玄英은 “徂는 감이다[徂 往也].”라고 풀이했고, 林疑獨은 “날로 감은 변화와 함께 감을 말함이다[日徂 言與化俱往].”고 풀이했다.
역주14 吾終身與汝 交一臂而失之 : 나는 종신토록 너와 함께 하는데 너는 팔뚝 한 번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뒤에 처져 나를 잃어버림. 交一臂는 팔뚝 한 번 스치고 지나가는 것처럼 우연히 만나는 짧은 관계를 뜻한다. 失은 서로 잃어버려 뒤에 처진다[相失在後]는 뜻. 王敔는 “ ‘吾終身與汝’의 與자는 《論語》에서 나는 너희들과 ‘함께’ 행동하지 않음이 없다고 할 때의 與자와 같다[與字 與論語吾無行而不與之與同].”라고 풀이했는데 정확한 견해이다.
역주15 汝殆著乎吾所以著也 : 너는 아마도 나의 드러난 면만을 보는 것 같음. 吾所以著는 내가 드러내는 것. 앞의 著는 드러나는 것을 드러난 것으로 본다는 뜻. 殆는 아마도. 汝는 이인칭.
역주16 彼已盡矣 而汝求之以爲有 : 저 겉모습은 이미 다한 것인데 너는 그것을 있는 것이라고 여겨서 찾음. 彼는 드러난 겉모습을 지칭한다.
역주17 是 求馬於唐肆也 : 이는 마치 말이 길가의 쉬어가는 곳[路亭]에 잠시 머물다 갔는데 뒤늦게 그 모습을 찾는 것과 같음. 唐肆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대부분 唐肆를 ‘텅 빈 마시장’으로 풀이했지만 여기서는 方勇‧陸永品의 견해를 따라 路亭, 곧 말이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보고 번역하였다. 唐肆가 ‘텅 빈 마시장’이 아님은 方勇‧陸永品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郭象도 “사람의 삶이란 마치 말이 휴게소를 지나가는 것과 같다[人之生 若馬之過肆耳].”고 풀이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역주18 吾服汝也 甚忘 汝服吾也 亦甚忘 : 내가 과거에 너에 관해 생각했던 것을 이미 잊어버린 것처럼 너도 나에 관해 생각하던 것을 빨리 잊어버려야 함. 服은 생각한다는 뜻. 郭象은 “服이란 마음속에 생각함을 이름이다[服者 思存之謂也].”라고 풀이했다.
역주19 雖忘乎故吾 吾有不忘者存 : 비록 옛날 나의 모습을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음. 잊혀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천지가 나에게 부여한 장구한 흐름’이라느니 ‘조화의 도구’라느니 여러 견해가 있으나 마땅히 사색을 통해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인지라 굳이 해설을 붙이지 않는다.

장자(3) 책은 2019.04.23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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