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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3)

장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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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於老聃하더니
請之天下하야하노이다
老聃曰
已矣
天下 猶是也하니라
又請之한대 老聃
汝將何始
始於齊니라
天下 有大菑커늘 로다
古之君人者 以得으로 爲在民하고 以失 爲在己하며 以正으로 爲在民하고 以枉으로 爲在己
今則不然이라
匿爲物而愚不識하며 大爲難而罪不敢하며 重爲任而罰不勝하며 遠其塗而誅不至하나니
民知力竭하야는 則以僞 繼之하나니 日出多僞어늘 士民 安取不僞리오
夫力不足則僞하고 知不足則欺하고 財不足則盜하나니
盜竊之行 於誰 責而可乎


백구柏矩노담老聃에게 배웠는데, 어느 날 노담에게 말했다.
“청컨대 온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견학하고자 합니다.”
노담이 말했다.
“그만두게.
천하라고 해서 여기와 다를 것이 없네.”
또 청하였더니 노담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디부터 천하를 다니는 여행을 시작하려 하는가.”
백구柏矩가 말했다.
“제나라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백구柏矩는 제나라에 이르러 책형磔刑을 당해 저잣거리에 시신이 매달려 있는 죄인을 보고 힘껏 밀어서 쓰러뜨리고서는 자기의 조복朝服을 벗어 시신을 덮어주고 하늘을 향해 소리 지르고 곡하면서 말했다.
“불쌍한 그대여.
지금 천하에는 커다란 재앙이 있는데 그대가 유독 제일 먼저 이 재앙에 걸렸구나.
세상 사람들은 ‘도적질을 하지 말고 살인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영예와 치욕이 분명해진 뒤에 근심하는 것이 드러나고 재화가 모인 뒤에야 다투는 것이 드러난다.
지금 사람들이 근심하는 것을 더욱 분명히 하고 사람들이 다투는 것을 더욱 모으며 다른 사람의 몸을 곤궁하게 해서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하니 이 지경에 이름이 없기를 바란들 되겠는가.
옛날 임금 노릇 했던 자는 성공이 있으면 그 공은 백성에게 있다고 하고, 실패한 경우에는 그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하였으며 올바른 것은 백성들 쪽에 있다 하고 굽은 것은 자기 쪽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라도 천여天與의 육체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한 백성이 있으면 물러나 스스로 질책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번거롭게 번쇄한 일을 꾸며 만들고서 그것을 알지 못하는 백성을 어리석다 업신여기고, 크게 어려운 일을 꾸며 만들고서 그것을 감히 하지 못하는 사람을 용기가 없다고 죄주고, 과중한 임무를 정해놓고 그것을 감내하지 못하는 사람을 법률위반이라 하여 벌주고, 이상을 지나치게 멀리 제시하고 거기에 이르지 못하는 백성을 부도덕하다고 처형한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이〉 지력知力이 다해버리면 거짓으로 속이는 행동이 여기에 이어지게 되나니 이처럼 백성들이 매일매일 많은 거짓을 거듭하게 되면 사인士人인민人民이 어떻게 거짓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무릇 〈인간이란〉 힘이 부족하면 거짓을 저지르게 되고, 가 부족하면 남을 속이게 되고 재화가 부족하게 되면 남의 것을 훔치게 된다.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를 도대체 누구에게 잘못했다고 책임을 추궁해야 옳을 것인가.”


역주
역주1 柏矩 : 인명. 柏이 姓, 矩가 이름. 成玄英은 “柏은 姓이고 矩는 이름이다. 도를 아는 사람으로 노자의 문인이다[柏姓 矩名 懷道之士 老子門人也].”라고 풀이했고, 陸德明은 “柏矩는 도를 아는 사람이다[柏矩 有道之人].”라고 풀이했다.
역주2 至齊見辜人焉 : 제나라에 이르러 죄인을 봄. 辜人은 죄인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磔刑을 당해 저잣거리에 시신이 매달려 있는 죄인을 말한다. 兪樾은 “磔刑을 당한 죄인을 말함이다[謂辜磔也].”라고 풀이했다. 책형은 시체를 棄市하는 형벌.
역주3 推而强之하야 解朝服而幕之 : 힘껏 밀어서 쓰러뜨리고서는 자기의 朝服을 벗어 시신을 덮어줌. 强은 힘쓰는 모양. 幕之는 덮어서 가린다는 뜻으로 覆와 같다.
역주4 子乎子乎 : 그대여, 그대여. 兪樾은 《詩經》 〈唐風 綢繆〉편의 ‘子兮子兮’와 마찬가지로 ‘탄식하는 말’이라 했는데 郭慶藩, 福永光司, 金谷治 등이 모두 이 견해를 지지하고 있고, 子도 嗞(탄식할 자)로 읽는 것이 옳다고 했는데 이 견해를 따르면 ‘아, 아’ 정도로 번역해야겠지만, 우선 子를 이인칭으로 보고 번역하였다.
역주5 子獨先離之 : 그대가 유독 제일 먼저 이 재앙에 걸렸구나. 離는 離騷의 離와 마찬가지로 걸렸다는 뜻이다. 陸德明은 離를 ‘著(착)’으로 풀이했지만 成玄英이 ‘罹(리)’로 풀이한 것이 좋다.
역주6 榮辱立然後 覩所病 貨財聚然後 覩所爭 : 영예와 치욕이 분명해진 뒤에 근심하는 것이 드러나고 재화가 모인 뒤에야 다투는 것이 드러남. 영예와 치욕이라는 차별을 통한 사회질서가 확립된 연후에 그 차별을 둘러싼 인간사회의 근심거리가 드러나고 사회의 특권층이 재화를 독점적으로 축적하여 빈부격차가 생긴 연후에 재화를 둘러싼 인간 사회의 투쟁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역주7 立人之所病 聚人之所爭 : 지금 사람들이 근심하는 것을 더욱 분명히 하고 사람들이 다투는 것을 더욱 모음. 사람들의 근심거리인 영욕의 차별을 더욱 공고히 확립하고 사람들이 서로 투쟁하는 재화를 지배계층이 독점적으로 축적한다는 뜻이다.
역주8 窮困人之身 使無休時 : 다른 사람의 몸을 곤궁하게 해서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함. 使無休時는 그들로 하여금 쉬는 시간이 없게 한다는 뜻이다.
역주9 欲無至此 得乎 : 이 지경에 이름이 없기를 바란들 되겠는가. 至此의 此는 이 지경, 곧 죄에 걸려 처형되어 그 시체가 저자에 버려지는 지경.
역주10 古之君人者 以得爲在民 以失爲在己 以正爲在民 以枉爲在己 故一形有失其形者 退而自責 : 옛날 임금 노릇 했던 자는 성공이 있으면 그 공은 백성에게 있다고 하고, 실패한 경우에는 그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하였으며 올바른 것은 백성들 쪽에 있다 하고 굽은 것은 자기 쪽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라도 天與의 육체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한 백성이 있으면 물러나 스스로 질책했음. 이 부분은 儒家 문헌에 보이는 내용과 유사하다. 《書經》 〈盤庚〉편에 “나라가 잘 되면 너희 백성들 때문이고 나라가 잘 되지 못하면 나 한 사람의 실수이다[邦之臧 惟汝衆 邦之不臧 惟予一人有佚罰].”라 했고, 《論語》 〈堯曰〉편에 “만방의 유죄는 그 죄가 내 몸에 있고……백성들이 과실을 저지른 것은 책임이 나 한 사람에게 있다[萬方有罪 罪在朕躬……百姓有過 在予一人].”고 했는데 이 대목의 내용과 유사하다.

장자(3) 책은 2019.04.23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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