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閭嫗曰:其夕, 某懦子內某士. 貴妻已去, 愛妾已賣, 而心不有.
今君雖幸於王, 不過父子之親; 軍吏雖賤, 不卑於守閭嫗.
진秦나라가 조趙나라 한단邯鄲을 공격하였으나 17개월이 지나도록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대는 어찌 군리軍吏들에게 상賞을 내리지 않습니까?”
“나는 남의 말을 듣지 않기로 임금과 약속하였소.”
비록 아버지와 아들 사이일지라도 명령 중에는 실행해야 할 것이 있고 반드시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경우가 있게 마련입니다.
아버지가 ‘아무리 귀해도 음행한 처는 버려야 하고,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첩은 팔아보내야 한다’라고 한다면 이런 명령은 반드시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을 ‘더 이상 그리워하거나 생각지도 말라’라고 하였다면 이런 명령은 지키기가 반드시 어려울 것입니다.
마을을 지키는 어떤 노파가 ‘어느 날 저녁 어떤 여자와 어떤 남자가 사통私通하였다’라고 거짓을 꾸며 그 귀한 처를 이미 내쫓고 그 애첩도 이미 팔아 버렸다 할지라도 그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이란 자기가 알고 있는 일을 남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것이 상정常情입니다.
지금 그대는 비록 왕에게 사랑을 받는다고는 하나 부자지간의 정을 넘어서지는 못하며, 마찬가지로 군리軍吏들이 비록 천하다고는 하나 마을을 지키는 노파보다 천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그대는 임금의 신임을 믿고 당신 부하를 경시한 지 오래입니다.
듣건대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세 사람이 떠들면 모든 사람이 믿게 되고, 어떤 자가 큰 몽둥이를 그대로 뒤틀어 굽혔다고 열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게 되면 그 말을 믿게 된다.
모든 사람 말이 옮겨 다니게 되면 날개 없는 것도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대의 군리軍吏들에게 상을 내리고 예禮로 대해 주느니만 못합니다.”
부하 관리들이 끝내 궁해지자 과연 왕계와 두지杜摯가 모반謀反한다고 헐뜯었다.
진왕은 크게 노하여 그를 추천한 범저范雎까지도 겸하여 사형시키려 하였다.
마침 초楚나라와 위魏나라에 죄를 짓고 숨어 이 진나라로 도망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어떤 다른 제후들의 지원도 없고 친구나 연고조차도 없습니다.
그런 저를 왕께서는 기려지신羇旅之臣 중에 뽑아 쓰셔서 일을 맡기셨습니다.
천하는 모두 저의 출신과 왕께서 저를 천거하셨음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모함에 빠져 혹시라도 죄인인 왕계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시면 대왕께서는 저를 천하가 다 알도록 공개적으로 처형해 주십시오.
이는 대왕께서 저를 잘못 등용하셨다는 과실을 천하에 알리는 것이 되고, 제후들의 의논거리가 될 것입니다.
저는 원컨대 사약으로 사사賜死되고, 죽고 나면 은혜를 입어 재상의 예禮로 장례지내 주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대왕께서는 저의 죄를 놓치지 않으시고 저를 잘못 등용했다는 오명汚名도 듣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드디어 범저를 죽이지 않고 잘 대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