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方千里, 帶甲數十萬. 天下之强弓勁弩, 皆自韓出.
, 皆射六百步之外. 韓卒
, 百發不暇止, 遠者達胸, 近者掩心.
以韓卒之勇, 被堅甲, 蹠勁弩, 帶利劍, 一人當百, 不足言也.
夫以韓之勁, 與大王之賢, 乃欲西面事秦, 稱東藩, 築帝宮, 受冠帶, 祠春秋, 交臂用服焉. 夫羞社稷而爲天下笑, 無過此者矣.
大王事秦, 秦必求宜陽‧成皐. 今玆效之, 明年又益求割地.
與之, 卽無地以給之; 不與, 則棄前功而後更受其禍.
夫以有盡之地, 而逆無已之求, 此所謂‘市怨而買禍’者也, 不戰而地已削矣.
夫以大王之賢, 挾强韓之兵, 而有牛後之名, 臣竊爲大王羞之.”
375. 소진蘇秦이 초楚나라를 위하여 한왕韓王에게 합종合從을 유세하다
소진蘇秦이 조趙나라를 위하여 한왕韓王에게 합종을 유세하였다.
“한韓나라는 북쪽으로 공鞏‧낙洛‧성고成皐의 험고險固함이 있고, 서쪽으로는 의양宜陽‧상판常阪의 요새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완宛‧양穰‧유수洧水가 있고, 남쪽으로는 형산陘山의 험로가 있습니다.
국토는 방 1천 리에 대갑帶甲이 수십만, 천하의 강궁경노强弓勁弩가 모두 한나라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계자谿子‧소부少府‧시력時力‧거래距來와 같은 활은 모두 6백 보 이상 날아가며, 한나라 군졸이 이를 밟고 당겨 쏘면, 백발이 연속으로 숼 사이 없이 쏘아져서 멀리는 적의 가슴에 이르고 가까이는 갑옷을 뚫고 심장을 찌를 수 있습니다.
한나라 병사가 쓰는 칼과 창은 모두 명산冥山‧당계棠谿‧묵양墨陽‧합박合膊에서 산출되며, 등사鄧師‧완풍宛馮‧용연龍淵‧태아太阿 등의 명검은 땅에서는 우마牛馬를 벨 수 있을 정도이고, 물 속에서는 곡안鵠鴈을 칠 정도이며,
적과 맞닥뜨리면 견갑堅甲‧순盾‧제鞮䥐‧철막鐵幕‧혁결革抉‧예㕭芮로 베는 등 완비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한나라 병사는 이처럼 날랜 데다가 견갑堅甲으로 몸을 싸고 강노强弩를 밟고 예리한 칼을 들었으니 일당백一當百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무릇 한나라처럼 강한 군대에 대왕처럼 현명한 임금이, 서쪽으로 진秦나라를 섬겨 스스로 동번東蕃이라 칭하며 그를 위해 궁실을 짓고 관대冠帶 제도制度를 받으며, 춘추春秋 제축祭祝의 공물貢物을 바치며 공수拱手하며 굴복하려 하시니 사직社稷에 부끄럽고 천하에 웃음거리가 되는 일로 이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깊이 고려해 보시기를 원합니다.
대왕께서 진나라를 섬기겠다고 하면, 진나라는 틀림없이 의양宜陽‧성고成皐를 할양해 달라고 할 것이요, 지금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가는 명년에는 다시 더 많은 땅을 달라고 할 것입니다.
계속 들어주다 보면 나중에는 더 이상 줄 땅이 없어질 것이요, 거절하였다가는 이미 들어준 공은 무효가 되고, 오히려 그 화만 뒤집어쓰게 될 것입니다.
또 무릇 대왕의 땅은 한정이 있지만 진나라의 요구는 한이 없습니다.
유한한 땅으로 무한한 요구를 맞이하다니 이것이 소위 ‘원怨을 사들이고 화禍를 사들인다.[시원이매화市怨而買禍]’라는 것으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땅만 깎이는 꼴이 됩니다.
저는 듣건대 속담에 ‘차라리 닭 주둥이가 될지언정 소 궁둥이는 되지 말라[영위계구寧爲鷄口 무위우후無爲牛後]’ 하였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서쪽을 향하여 공수拱手하고 서쪽 진나라를 섬기고 있으니 어찌 소 궁둥이가 되는 꼴과 다르겠습니까?
무릇 대왕의 현명함과 한나라의 강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 궁둥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저는 대왕께 수치스러운 일로 여깁니다.”
한왕은 분함을 참지 못하고 팔을 저어 칼을 만지며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쉬었다.
“과인이 비록 죽는 한이 있어도 진나라는 섬기지 않겠소.
지금 주군主君(선생)께서 조왕趙王의 가르침으로써 조칙詔勅해 주시니 공경히 사직을 받들어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