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상군孟嘗君이 설薛 땅에 있을 때 형荊(楚)나라 사람이 공격해 왔다.
순우곤淳于髡이 제齊나라의 사신으로 형荊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설薛 땅에 들르게 되었다.
그러자 맹상군은 사람을 시켜 예의를 갖추게 하고, 자신이 스스로 교외에 나가 맞이하였다.
“형인荊人들이 이 설 땅을 공격하고 있는데도 선생님께서 걱정해 주지 않으시니, 저 문文이 다시는 선생을 이곳에서 모실 수 없겠습니다.”
그리고는 제齊나라로 돌아가 복명復命을 마치자 왕이 말하였다.
“초나라가 대단히 견고한데, 그러나 설 땅도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 있습니다.”
“설 땅이 힘을 헤아리지 않는 것은, 그곳에 선왕先王께서 세운 청묘淸廟를 위해서입니다.
초나라가 기어코 그곳을 공격하면 청묘淸廟는 틀림없이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설 땅 사람들이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 있다고 한 것이요, 초나라는 완강하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엎어지며 다급히 달려가 청하고 무릎을 꿇고 바라보며 호소한다 해도 겨우 조금 도움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 형세를 진술하고 방법을 잘 설명하여 남의 곤액을 자기의 재앙처럼 느끼게 하니 어찌 강한 힘을 써서 될 일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