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齊나라가 위魏나라를 치려고 하자 순우곤淳于髡이 제왕齊王에게 말하였다.
“한자로韓子盧는 천하에 빠른 사냥개[疾犬]이며, 동곽준東郭逡은 해내海內에 이름난 교활한 토끼[狡兎]입니다.
그 한자로가 동곽준을 잡으려면 산을 세 바퀴나 돌아야 하고, 또 산을 다섯 번이나 오르내립니다.
그래서 토끼는 바로 눈앞에 지쳐 있고 개는 바로 뒤에 지쳐 있어 개와 토끼가 함께 지쳐 결국 모두 각각 그 자리에서 죽고 맙니다.
그렇게 되면 농부가 보고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그 공을 독차지합니다.
지금 제齊나라와 위魏나라가 서로 오랫동안 맞붙어서 병사들이 지쳐 있고 백성은 피폐합니다.
저는 강한 진秦나라나 큰 초楚나라가 그 지친 뒤를 틈타 마치 그 농부와 같은 공을 얻게 될까 두렵습니다.”
제왕齊王은 두려워하며 사과하고 병사를 휴식시키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