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無咫尺之地, 骨肉之親, 處尊位, 受厚祿, 一國之衆, 見君莫不
,
, 何以也?”
“以財交者, 財盡而交絶; 以色交者, 華落而愛渝.
今君擅楚國之勢, 而無以深自結於王, 竊爲君危之.”
於是, 楚王游於
, 結駟千乘, 旌旗蔽日, 野火之起也若雲蜺, 兕虎嘷之聲若雷霆,
“그대는 척촌尺寸의 땅이나 골육骨肉의 친親도 없으면서 높은 자리와 후한 녹祿을 받고 있으며, 또한 온나라 사람들이 그대를 보면 옷깃을 여미고 절을 하며, 관冠을 만지며 몸을 굽혀 경의를 나타내지 않는 자가 없으니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그야 왕께서 과분하게 거용擧用하였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재물로 사귄 친구는 재물이 다하면 그 교분은 끊어지는 법이요, 미모로 총애를 받으면 그 꽃다운 미모가 시들면 사랑도 식게 됩니다.
이런 까닭으로 애첩은 방석이 헤지기 전에 끝나게 마련이요, 총신寵臣은 헌거軒車가 망가지기 전에 쫓겨나게 마련입니다.
지금 그대는 초나라의 권세를 잡고 있으면서도 왕과 깊이 결맹結盟하지 않고 있으니, 저는 그대를 위해 위태롭게 생각합니다.”
“원하건대 왕에게 따라 죽어 스스로 순장殉葬되기를 청한다고 말하십시오.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초楚나라에서 길이 중신重臣으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안릉군은 임금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제가 그대를 위해 드린 말씀의 효과가 아직까지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다.
그대가 저의 계책을 쓰지 않으시니, 저는 청컨대 감히 다시는 당신을 뵙지 않겠습니다.”
“선생의 말을 잊어본 적이 없으나 아직 틈을 얻지 못했을 뿐이오.”
마침 초왕楚王이 운몽雲夢으로 사냥을 갔는데 결사結駟가 천승千乘요, 정기旌旗는 해를 가리고, 야화野火가 일어 구름 무지개 같았으며 물소‧범 등 짐승 울음소리는 우레 같았다.
그때 미친 물소가 날듯 돌진해서 수레 바퀴로 달려드는 것이었다.
왕이 몸소 활을 당겨 살을 날리자 한 발에 맞아 죽고 말았다.
왕이 전모旃旄의 깃발을 뽑아 물소의 머리를 짓누르며 하늘을 우러러 웃으며 말하였다.
과인은 만세천추萬歲千秋 후에 그 누구와 이런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이때 안릉군이 두어 줄기 눈물을 흘리며 나아가 말하였다.
“저는 궁궐에 들어 와서는 왕과 자리를 나란히 하고, 나와서는 수레를 같이 타고 있습니다.
대왕의 만세천추 후에는 원컨대 제가 먼저 죽어 황천黃泉에서 이 몸이 좋은 돗자리가 되어 임금에게 덤비는 땅강아지나 개미를 막겠습니다.
그런데 어찌 오늘의 즐거움만을 즐거움이라 하십니까?”
대왕은 크게 기뻐해서 단壇(纏)에게 안릉군安陵君을 봉封하였다.
“강을은 모책을 잘 세운다고 할 수 있고, 안릉군은 때를 잘 안다고 이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