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甚如此而喪行, 民必甚病之. 官費又恐不給, 請弛期更日.”
“爲人子, 而以民勞與官費用之故, 而不行先王之喪, 不義也.
先君必欲一見羣臣百姓也夫, 故使灓水見之.’ 於是出而爲之
, 百姓皆見之,
今葬有日矣, 而雪甚, 及牛目, 難以行, 太子爲及日之故, 得毋嫌於欲亟葬乎?
先王必欲少留而扶社稷‧安黔首也, 故使雪甚. 因弛期而更爲日,
惠子非徒行其說也, 又令魏太子未葬其先王而因又說文王之義.
마침 이날 큰 눈이 내려 소의 눈높이까지 쌓였으며 성곽도 허물어졌다.
그런데도 잔도棧道를 설치하여 장례를 행하려 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다투어 태자太子에게 간언하였다.
“눈이 이렇게 많이 내렸는데도 장례식을 행하게 되면 백성의 고통이 심할 뿐더러 관비官費조차도 모자라게 되오니, 연기하기를 청합니다.”
“사람의 아들 된 자로서 백성이 힘들어 하고 관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선왕先王의 상喪을 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의롭지 못한 일이다.
여러 신하들은 모두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서수犀首에게 고하였다.
혜자가 ‘해보겠소.’라 하고는 수레를 타고 가서 태자를 만났다.
“옛날 주周나라에서 왕계력王季歷을 초산楚山 자락에 장례를 마치고 나자 물이 넘쳐 그 무덤으로 밀려들어, 관의 앞쪽 나무가 드러났었습니다.
선군께서 군신과 백성을 보고 싶으셔서 물로 하여금 분묘를 허물어 관의 앞쪽을 드러나게 하셨구나.’하고는 이에 관을 다시 파내어 장막을 치고는 거기에 안치시켜 놓아, 백성들이 모두 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흘 후에 다시 장례를 치렀으니, 이는 바로 문왕의 의義입니다.
지금 선왕의 장례일이 이미 정해졌는데 눈이 많이 내려 높이가 소의 눈까지 쌓여서 다니기조차 힘든 데도 태자께서는 꼭 기일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시니 이는 너무 급히 장례를 치르고자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선왕께서 며칠을 더 기다려 그 사이에 사직을 부지扶持하고 백성을 안정시키시고 싶어서 눈을 이렇게 많이 내리게 하신 것이니, 아무쪼록 기일을 미루어 다른 날로 정하십시오.
만약 이와 같은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각하건대 문왕을 본받는데 수치가 되지 않겠습니까.”
공경히 날짜를 연기하여 다시 택일하겠습니다.”
혜자는 자기의 말을 행함에 헛되지 않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또한 위魏 태자太子로 하여금 선왕의 장례를 치르지 않게 하고 그로 인해 문왕의 의義까지 설명하였다.
문왕의 의를 설명하여 천하에 보였으니 그것이 어찌 작은 공功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