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寡人以五百里之地易安陵, 安陵君不聽寡人, 何也?
且秦滅韓亡魏, 而君以五十里之地存者, 以君爲長者, 故不錯意也.
今吾以十倍之地, 請廣於君, 而君逆寡人者, 輕寡人與?”
安陵君受地於先生(王)而守之, 雖千里不敢易也, 豈直五百里哉?”
夫
也, 彗星襲月;
也, 白虹貫日;
也, 倉鷹擊於殿上.
若士必怒, 伏屍二人, 流血五步, 天下縞素, 今日是也.”
夫韓‧魏滅亡, 而安陵以五十里之地存者, 徒以有先生也.”
370. 진왕秦王이 사람을 보내어 안릉군安陵君에게 말하다
진왕秦王(시황始皇)이 사람을 보내어 〈위魏나라〉 안릉군安陵君에게 말하였다.
“과인의 5백 리의 땅과 그대의 봉지封地 안릉 땅을 바꾸고 싶으니, 안릉군은 과인의 요구를 들어주오.”
“대왕께서 은혜를 가하여 큰 땅을 작은 것과 바꾸려 하시니, 정말 훌륭합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이 땅은 선왕先王에게 받은 땅이어서 종신토록 지키고 싶습니다.
한편 안릉군은 당저唐且를 사신으로 진나라에 보냈다.
“과인이 5백 리나 되는 땅으로 안릉과 바꾸자 하였더니, 안릉군이 과인의 말을 듣지 않으니, 웬일이오?
이미 우리 진나라는 한나라와 위나라를 멸망시켜 놓고 있으면서, 50리의 안릉군이 지키는 안릉을 그냥 두고 있는 것은 안릉군을 어른으로 대접해서 마음을 쓰지 않은 것이오.
그런데 지금 그 열 배의 땅을 주어 안릉군의 땅을 넓혀 준다 해도 과인의 뜻을 거역하고 있으니 과인을 깔보아 그런 것 아니겠소?”
안릉군은 선왕先王으로부터 받은 땅을 지키겠다고 하는 뜻이어서 비록 1천 리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을 것인데 어찌 5백 리이겠습니까?”
진왕은 불연怫然히 화를 내며 장저에게 물었다.
“그대 역시 천자가 화를 내면 어떻게 되는지 들었겠지요?”
“천자가 화를 내면 시체屍體가 1백만이나 엎어지고, 유혈流血이 1천 리에 뻗치게 되오.”
“그렇다면 대왕께서는 포의布衣가 노하면 어떻게 되는지 들어 보셨습니까?”
“포의가 노해봤자, 모자를 벗고 맨발로 쫓아 나가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용서를 빌면 되겠지요.”
“그것은 용렬한 사나이가 노했을 때이지 선비가 노했을 때가 아닙니다.
무릇 전제專諸가 오왕吳王 요僚를 찔러 죽일 때 혜성이 달을 침식하였고, 섭정聶政이 한괴韓傀를 찔렀을 때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었으며, 요리要離가 경기慶忌를 찌를 때 독수리가 전상殿上을 맴돌았소.
이 세 사람은 모두 포의의 선비, 품은 분노를 미처 나타내지도 않았을 때 하늘에 이미 그 징조를 내려쳤습니다.
만약 선비들이 노하면 엎어져 죽은 시체는 둘이요 유혈은 다섯 걸음 안이지만 천하가 상복喪服을 입어야 하니, 오늘이 바로 그 날인가 합니다.”
진왕은 얼굴 색을 떨며 한참을 무릎을 꿇고 사과하였다.
무릇 한韓나라‧위魏나라가 멸망하였는데도 안릉이 50리 땅으로 견뎌내고 있는 것은, 그건 바로 선생 같은 분이 계시기 때문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