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以我爲不信, 吾爲子先行, 子隨我後, 觀百獸之見我而敢不走乎?’
故北方之畏奚恤也, 其實畏王之甲兵也, 猶百獸之畏虎也.”
형荊(楚) 선왕宣王이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
“내 들으니 북쪽 여러 나라들이 모두 우리의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한다는데 과연 어찌된 일인가?”
“호랑이가 백수百獸를 찾아 잡아먹으려고 하다가 여우를 만났습니다.
그러자 여우가 ‘그대는 감히 나를 잡아먹을 수 없다.
천제天帝께서 나를 백수의 우두머리로 삼았으니, 지금 그대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이는 천제天帝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 된다.
그대가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내가 그대 앞에 서서 걸을 테니, 그대는 내 뒤를 따라오면서 백수들이 나를 보고 감히 달아나지 않는 놈이 있나 보라’고 하였습니다.
호랑이는 그렇다고 여기고는 드디어 함께 가는데 만나는 짐승마다 보고는 모두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이 호랑이는 짐승들이 자기를 무서워해서 달아나는 줄을 모르고, 여우를 무서워해서 그런 줄로 여긴 것입니다.
지금 왕의 국토가 방方 5천 리, 군사가 1백만 명이나 되면서 이를 전적으로 소해휼에게 맡겨 놓고 계십니다.
그 때문에 북방 여러 나라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인데, 실은 왕의 갑병甲兵을 두려워하는 것으로서 백수가 호랑이를 두려워하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