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寡人始行縣, 過
, 當子爲子之時,
以上者皆道子之孝.
故寡人問子以璧, 遺子以酒食, 而求見子. 子謁病而辭.
故寡人以子之知慮, 爲辨足以道人, 危足以持難, 忠可以寫意, 信可以遠期.
“知慮不躁達於變, 身行寬惠達於禮, 威嚴不足以易於位, 重利不足以變其心, 恭於敎而不快, 和於下而不危.
欲子之厚愛之, 無所見醜. 御道之以行義, 勿令溺苦於學.
事君者, 順其意, 不逆其志; 事先者, 明其高, 不倍其孤.
왕王(조趙 무령왕武靈王)이 주소周紹를 〈왕자의〉 사부師傅로 삼으면서 말하였다.
“과인이 처음 각 현縣을 순시하면서 파오番吾 땅을 지날 때 그대는 아직 어린아이였는데, 그때 천석踐石 이상의 관리들이 모두 그대의 효孝를 말하였었소.
그래서 과인이 그대에게 벽璧으로 위문하고 주식酒食을 내려 주면서 만나보기를 구하였더니 그대는 병을 핑계해 사양하였소.
사람들이 그대를 두고 ‘아버지에게 효자이니, 임금에게는 충신이 될 것이다.’라 하였었소.
그 때문에 과인이 그대를 지혜롭고 사려가 깊다고 여겼고, 변별력도 족히 남을 이끌 수 있으며, 어떤 위험에서도 어려움을 지탱해 나갈 수 있으며, 충성은 본받음이 되고, 그 믿음은 먼 장래까지 기약할 수 있겠다고 여겼소.
시詩에 ‘어려움을 극복함은 용기로써 하고, 어지러움을 다스림은 지혜로써 함이 일의 계모計謀이다.
스승을 세움에는 그 행실을 기준으로 하고, 어린 것을 가르침에는 학문으로 함이 의義의 경經이다.
계획에 따라 일을 처리하되 잘못되어도 누累가 되지 않으며, 의론을 잘 찾아 실행에 옮기되 궁한 경우에도 근심이 없어야 한다.’라고 하였소.
그래서 과인은 그대에게 호복胡服을 입혀 내 아들을 가르치는 사부師傅로 삼고자 하오.”
“‘아들을 선택함에는 아버지만 한 이가 없고, 신하를 논함에는 임금만 한 이가 없다.’라 하였소.
“사부를 세움에는 여섯 가지 도가 있습니다.”
“지혜와 사려가 깊어서 기변機變에 조급해 하지 않아야 할 것, 자신의 행실이 관대하고 은혜로워 예禮에 통달할 것, 위엄으로도 족히 그 직위職位를 바꿀 수 없는 인물이어야 할 것, 중한 이익으로 유혹해도 그 마음을 변치 않아야 할 것, 가르침에 공경하고 방종放縱하지 않아야 할 것, 아랫사람에게 온화하되 속이지 않아야 할 것 등입니다.
이 여섯 가지가 곧 사부로서 갖추어야 할 재품才品이오나, 저는 그중 한 가지도 갖춘 것이 없습니다.
가슴속에 있는 능력을 숨긴 채 다 쓰지 않음은 신하로서의 죄입니다.
사부가 되라는 명령을 받아 관직에 복무하면서 유사有司에게 번거로움을 안겨 준다면 이는 관리의 치욕이 됩니다.
“이 여섯 가지를 알기에 그대를 임명하는 것입니다.”
“지금 나라에 왕의 호복 착용에 대한 정책이 아직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저는 바로 왕의 신하입니다.
왕께서 거듭 명하시니 신하로서 어찌 감히 명을 듣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재배하자 왕은 그에게 호복을 내려 주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후하게 사랑해 주기를 바라며 그 추醜한 일을 보지 않게 해 주시고, 의義를 행하도록 인도해 주시며 학문에만 깊이 빠져 고통을 당하는 일도 없게 해주십시오.
임금을 섬기면서는 임금의 뜻을 따라 그 뜻을 거역하지 않아야 하며, 선군先君을 모시면서는 그 고상高尙한 뜻을 밝혀 어린 계승 자[고孤]를 저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대 같은 신하가 있어 사부로 삼을 수 있으니 이는 바로 우리나라의 복록福祿입니다.
그대가 능히 그렇게만 해주시면 저를 섬기는 일은 다하게 됩니다.
《서경書經》에 ‘사악함을 물리침에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고, 어진 이를 임명함에 두 가지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 하였습니다.
과인이 이미 그대에게 하락하였으니 다른 사람은 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주소에게 호복과 의관衣冠, 구대具帶, 황금黃金의 사비師比를 갖추어 주면서 왕자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