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韓나라 공중公仲이 상相이 되었다.] 제齊나라와 초楚나라의 관계가 아주 좋았다.
그런데 진秦나라와 위魏나라가 만나 회의를 하면서 장차 제나라에게 잘 해 준다는 조건으로 제나라에게 초나라와의 외교를 단절하라고 요구할 셈이었다.
이때 초왕楚王(경양왕頃襄王)은 경리景鯉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내게 되었는데, 경리가 진나라‧위나라의 회맹에 참석하자 초왕이 경리에게 화를 냈다.
제나라가 초나라의 이번 일에 대하여 몰래 진나라와 위나라의 회의에 참석하여 무슨 음모나 꾸미지 않았나 하는 오해를 할까 해서이다.
“저는 경리가 그 회맹에 참석한 것을 축하할 일이라 여깁니다.
진나라와 위나라가 만난 것은 장차 제나라와 진나라가 연합하여 제나라를 초나라에서 떼어낼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경리가 그 회맹에 참석하자 제나라는 위나라와 진나라가 자신과 합쳐서 초나라를 공격하리라고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도리어 제나라에서는 초나라가 몰래 진나라‧위나라와 무슨 음모가 있을까 두려워하게 되어 틀림없이 우리 초나라를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경리가 이번 회맹에 참석하게 된 것은 왕께 대단히 중요한 이익이 된 것입니다.
지금 경리가 그 회맹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면 위나라가 제나라에게 초나라를 끊으라고 할 것은 분명합니다.
제나라가 그 말을 믿고 틀림없이 왕을 경시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께서는 경리에게 죄를 주지 말고,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제나라에게 초나라에 진나라‧위나라가 있음을 보이느니만 못합니다.
그러면 제나라는 틀림없이 우리 초나라를 중히 여길 것이요, 제나라로 하여금 진나라와 위나라를 의심하게 할 것입니다.”
초왕이 ‘옳다.’ 하고는 경리에게 죄를 내리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벼슬을 높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