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臣爲足下使, 利得十城, 功存危燕, 足下不聽臣者, 人必有言臣不信, 傷臣於王者.
“且夫孝如曾參, 義不離親一夕宿於外, 足下安得使之之齊?
廉如伯夷, 不取素飡, 汙武王之義而不臣焉, 辭孤竹之君, 餓而死於首陽之山.
且夫
代興,
迭盛, 皆不自覆也. 君以自覆爲可乎?
且臣有老母於周, 離老母而事足下, 去自覆之術, 而謀進取之道,
臣之趣固不與足下合者. 足下皆自覆之君也, 僕者進取之臣也,
妾知其藥酒也, 進之則殺主父, 言之則逐主母, 乃陽僵棄酒. 主父大怒而笞之.
故妾一僵而棄酒, 上以活主父, 下以存主母也. 忠至如此, 然不免於笞, 此以忠信得罪者也.
且臣之事足下, 亢義益國, 今乃得罪, 臣恐天下後事足下者, 莫敢自必也.
使之說齊者, 莫如臣之言也, 雖堯‧舜之智, 不敢取也.”
446. 어떤 이가 연왕燕王에게 소진蘇秦을 중상하다
어떤 사람이 소진蘇秦을 중상하여 연왕燕王에게 말하였다.
“무안군武安君(소진蘇秦)은 천하에 신용이 없는 자입니다.
대왕께서 만승의 임금으로서 스스로 굽혀 그를 조정에서 높여 주었으니, 이는 천하에 임금이 소인과 한 무리가 된 것을 보여 준 것입니다.”
무안군이 제齊나라로부터 돌아오자 연왕은 과연 숙소조차도 마련해 주지 않았다.
“저는 원래 동주東周의 비루한 사람으로 처음 족하足下를 뵈었을 때는 지척의 공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족하가 나를 교외에까지 나와 맞아 주고 조정에서 높여 주었습니다.
지금 제가 족하足下를 위하여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10개 성을 되받아 오고, 위급한 연燕나라를 구해 주는 공을 세웠는데도 족하께서는 제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어떤 사람이 저를 믿지 못할 인물이라고 대왕 앞에서 중상모략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신용이 없는 것은 곧 족하에게 복福이 됩니다.
제가 만약 미생尾生 같은 믿음이 있고, 백이伯夷처럼 청렴하며, 증자曾子처럼 효성이 있다고 합시다.
이 셋은 천하에 고매한 품행을 갖춘 사람들인데 그래야만 족하를 섬길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게 갖추어졌으면 저는 족하를 섬기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무릇 증삼 같은 효성이 있었다면 의義로 보아 단 하룻밤이라도 부모를 떠나 밖에서 잘 수 없었을 텐데 족하가 어찌 저를 제나라에 사신으로 보낼 수 있었겠습니까?
또 백이는 청렴하여 소손素飡도 먹지 아니하고 무왕武王의 의義를 더럽다고 여겨 그 신하가 되지 않은 절개에, 고죽국孤竹國의 임금 자리도 버리고 수양산首陽山에서 굶어 죽었습니다.
청렴이 이와 같았다면 어찌 수천 리를 걸어와 약한 연燕나라의 위험한 임금을 섬기겠다고 나서겠습니까?
또 믿음이 미생 같다면 그는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애인이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자 물이 불어나는 데도 떠나지 않고 다리 난간을 껴안고 물에 묻혀 죽었습니다.
믿음이 이처럼 지극하다면 어찌 연나라와 진秦나라의 위세를 제齊나라에다 드날려 큰 공을 세우려 하겠습니까?
또 세상에 신용 있게 행동한다고 하는 자는 모두 자기를 위해 하는 것이지, 남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 자기 만족을 위한 일이지 진취적進取的인 길은 아닙니다.
삼왕三王이 차례로 흥기하였고, 오패五霸가 돌고 돌아 흥성한 것은 모두가 자기 만족을 위해서 된 일이 아닌데 임금이 자기 만족을 위해서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제나라는 영구營丘 땅 외에 이익을 두지 않았을 것이며, 족하는 초楚나라의 국경을 넘어 보지 못하였을 것이요, 변방의 성밖을 엿볼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노모老母가 주周나라에 살아 계신 데도 노모를 떠나 족하를 섬겼으니 이는 자기 만족 술책을 버리고 진취의 길을 도모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의 이 진취적인 길은 족하와 화합될 수 없으니, 족하는 바로 자기 만족을 삼는 임금인 때문이요, 저는 진취를 앞세우는 신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충성과 믿음이 임금에게 죄를 얻게 된 것이라 말한 것입니다.”
“무릇 충성과 믿음이 어찌 죄가 된단 말이오?”
저의 이웃집에 멀리 외지에 가서 벼슬하는 자가 있었습니다.
그 처자는 남편 없는 틈에 외간 남자와 사통私通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남편이 장차 돌아올 때가 되자 그 외간 남자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미 술에 독약을 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여자는 첩을 시켜 술병을 들고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그 술에 독약이 들어 있는 것을 안 첩妾은, 올리자니 남편이 죽게 되겠고 말을 하자니 처가 쫓겨나게 되겠기에, 거짓으로 넘어지는 체하고는 술을 엎어 버리자 남편은 노하여 첩을 매질하였답니다.
그러므로 한 번 넘어져 술을 엎질러 위로는 남편을 살리고 아래로는 처를 살려 주어, 충성이 이와 같이 지극하였건만 매질을 면하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충성과 믿음이 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의 일이 마침 불행히도 그 첩이 술 엎지른 것과 같았습니다.
제가 족하를 섬기는 것은 의를 높여 나라를 유익하게 해드리려는 것이었는데 지금 오히려 죄가 되었으니 저는 앞으로 천하에 족하를 섬길 자들이 감히 다시는 무슨 일을 자신있게 꼭 해내겠다고 나서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또 제가 제나라를 설득하면서 그들을 조금도 속이지 않았겠습니까?
제나라에 유세를 맡은 자로서 저만한 언변을 갖지 못했다면 비록 그 임금이 요堯‧순舜같은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감히 나를 채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