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寡人且王, 齊謂趙‧魏曰, 羞與寡人並爲王, 而欲伐寡人.
以中山之小, 而三國伐之, 中山雖益廢王, 猶且聽也.
趙‧魏怒而攻中山, 中山急而爲君難其王, 則中山必恐, 爲君廢王事齊.
致中山而塞四國, 四國寒心. 必先與之王而故親之,
且張登之爲人也, 善以微計薦中山之君久矣, 難信以爲利.”
서수犀首가 제齊‧조趙‧위魏‧연燕‧중산中山 등 다섯 나라의 ‘군君’을 ‘왕王’으로 세울 때, 중산中山을 맨 마지막으로 일컬어 주었다.
제왕齊王이 조趙나라‧위魏나라 왕에게 말하였다.
“과인은 중산과 같이 왕이 되는 것이 부끄럽소.
원컨대 귀국貴國과 함께 그를 쳐 없애 그의 왕호王號를 폐지합시다.”
“과인이 장차 왕으로 서려고 하는데, 제왕齊王이 조나라‧위나라에게 과인과 같이, 왕호 얻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과인을 치려 하고 있소.
“임금께서 저에게 많은 수레를 준비하여 중한 선물을 갖추어 주십시오.
“제가 들으니 그대는 중산의 왕호를 폐지하기 위해 장차 조나라‧위나라와 더불어 우리를 치려 하려 한다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중산은 작은 나라인데 세 나라가 이를 치면 중산이 왕호 하나쯤 버리고도 남을 것이니, 이는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또 중산이 두려워하여 틀림없이 조나라‧위나라를 위하여 왕호를 버리면서 달라붙기에 힘쓸 것입니다.
이는 그대가 조나라와 위나라에게 양羊을 몰아주는 격으로 제나라의 이익이 아닙니다.
어찌 중산이 왕호를 폐지하고 제나라를 섬기는 것만 하겠습니까?
“지금 그대가 중산을 불러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해서 그의 왕호를 인정해 주십시오.
그러면 중산은 틀림없이 기뻐하며 조나라‧위나라를 끊을 것입니다.
조나라와 위나라가 크게 노하여 중산을 공격하면 중산이 급박해져 각국의 국군國君들이 같이 왕王을 일컫는 것을 난처하게 여김을 알게 되면 중산은 두려움 끝에 왕호를 버리고 제나라를 섬기게 될 것입니다.
이는 그대가 그 왕호를 버리게 하여 그 나라를 지켜 주는 것으로 조나라‧위나라를 위하여 양떼를 몰아 주는 것보다 낫습니다.”
제가 들으니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근심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게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다섯 나라가 모두 한결같이 왕을 일컫고 있는데, 제齊나라만이 중산을 허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들도 모두 왕호를 갖고 싶어하면서도 제나라를 근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중산을 불러다가 칭왕을 허락한다고 하면 이는 네 나라의 권리를 빼앗아 제나라의 이익을 삼는 것입니다.
중산을 불러다가 네 나라와의 국교를 막아버리면 네 나라는 한심寒心하여 그들은 서로 먼저 그를 왕으로 허여해 주며 고의로 친한 척할 것입니다.
이는 바로 그대가 중산에 군림君臨하려다가 네 나라를 잃는 것이 됩니다.
더구나 장등이라는 사람은 하찮은 계모計謀로 중산 임금을 받들어 온 지 오래이니, 그의 말은 믿어 이익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전영은 장추의 말을 듣지 않고 장등의 말대로 중산을 불러다가 왕호를 허락해 주었다.
장등은 인하여 곧 조나라‧위나라에게 말하였다.
제나라는 중산과 나란히 칭왕하는 것을 굉장히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중산의 임금을 불러 회견하고는 왕호를 허여한 것을 보면, 이는 하동을 치고자 중산의 병력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어찌 대국이 중산국에게 먼저 칭왕하는 것을 허여하여 제나라와 중산의 만남을 저지하는 것만 하겠습니까?”
조나라와 위나라는 모두 그 말을 듣고 중산의 임금에게 칭왕을 허락하면서 서로 친한 관계를 맺었다.
중산은 과연 제나라와 관계를 끊고 조나라‧위나라를 추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