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名實은 본디 선진先秦 제자諸子 철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명가名家 논리의 핵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공자孔子의 정명론正名論이나 장자莊子나 묵자墨子의 인식론에 있어서도 중요한 개념이었다. 남북조 시대에 와서도 명名과 실實의 문제는 문사文士들의 담론談論에서 즐겨 채택되었던 화제였는데, 안지추顔之推는 이를 명성名聲과 실질實質이라는 현실 생활 속의 비교적 좁은 범주의 개념으로 한정시켜, 후손들에게 교훈을 남기고자 하였다.
우선 명성과 실질 둘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면서, 자손들에게 헛된 명성을 추구하는 세태에 휩쓸리지 말도록 경계하였다. 또 명성이란 실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세상을 속이고 남의 것을 훔치는 일이 되며, 이는 아무리 교묘하게 감춘다 해도 결국 밝혀지게 되는 것임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예증例證하였다. 아울러 안정된 명성을 유지하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어진 명성보다 훨씬 더 넉넉한 실질이 밑받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명성을 중시한 성현聖賢의 가르침은 덕성德性의 함양涵養을 권장하자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며,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한 명성은 생전에 이익이 될 뿐 아니라 사후에도 후손에게 음덕陰德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