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선비는 세상에 살면서 능히 남에게 도움이 됨을 소중히 여기지, 한갓 고상한 담론이나 허황된 논의를 하면서
왼편에는 거문고를 끼고 오른편에는 책을 들고, 임금의 녹봉祿俸과 지위地位를 축내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나라에 쓰일 인재人材는 대체로 여섯 가지 부류에 지나지 않는다.
첫째는 조정朝廷에서 일하는 신하로서, 통치의 핵심을 꿰뚫어 알고 경륜이 폭넓고 훌륭한지를 본다.
둘째는 문서작성과 역사기록을 담당하는 신하로서, 법령을 밝혀 문서를 만드는 데 예전의 사례를 잊어버리지 않았는지를 본다.
셋째는 군사를 담당하는 신하로서, 결단력과 책략이 있는지 그리고 힘이 있고 유능하면서 숙달되어 있는지를 본다.
넷째는 왕실의 울타리가 되는 신하로서, 〈파견된 지방의〉 풍속을 훤히 익혀 알고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자세로 백성들을 아끼는지를 본다.
다섯째는 임금의 명을 받아 사절로 파견되는 신하로서, 상황의 변화를 파악하여 임기응변臨機應變하면서 임금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을지를 본다.
여섯째는 토목과 건축을 담당하는 신하로서, 일의 공정을 헤아려 비용을 절약하는 개략을 설계할 기술이 있는지를 본다.
이것은 모두 배움에 힘쓰고 올바른 행실을 지켜나가는 사람이라야 잘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이 타고난 본성에는 잘하고 못하는 분야가 있으니, 어떻게 여섯 가지에 다 훌륭하기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 취지를 잘 알고서 한 가지 일을 잘 지켜나갈 수만 있다면 부끄러울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