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闢已來, 不善人多而善人少, 何由悉責其精絜乎?
見有名僧高行, 棄而不說;若睹凡僧流俗, 便生非毁。
一披法服, 已墮僧數, 歲中所計,
, 比諸
, 猶不啻山海也。
천지天地가 개벽開闢한 이래로 착하지 않은 사람이 많고 착한 사람은 적었는데, 어찌하여 승려만 모조리 다 정혈精絜하기를 요구하는가?
이름난 고승의 드높은 행실을 보고서는 내버려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평범한 승려가 시속에 휩쓸리는 것을 보면 바로 비난과 물의가 생겨난다.
또 배우는 사람이 부지런하지 못한 것이 어찌 가르치는 사람의 잘못이겠는가?
속승俗僧이 불경佛經과 계율戒律을 배우는 거나, 사인士人이 《시경詩經》과 《예기禮記》를 배우는 거나 무엇이 다르겠나?
《시경詩經》과 《예기禮記》의 가르침으로 조정朝廷의 관리들을 심사한다면, 행실이 온전한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불경佛經과 계율戒律의 금계禁戒를 가지고 출가한 승려들을 심사해서, 유독 그들만 한 가지도 어긋남이 없기를 요구한다는 말인가?
또 행실이 모자란 신하도 녹봉과 지위를 구하거늘, 금계禁戒를 어긴 승려라고 어찌 공양供養을 부끄러워하겠는가?
승려가 계율을 지켜 수행해나가다 보면 때로는 어길 때도 있는 법이다.
한번 법복法服을 입어 승적僧籍에 오르고 나면, 한 해 중에 따져서 지켜야 할 〈수많은〉 재계齋戒, 강설講說, 송경誦經, 지계持戒 등이 일반 사람들과 견주어보면 산과 바다에 비할 정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