疏
‘子曰 回也其庶乎 屢空 賜不受命 而貨殖焉 億則屢中’者, 此蓋孔子美顔回, 所以勵賜也.
其說有二, 一曰 “屢, 數也. 空, 匱也. 億, 度也.
言回庶幾聖道, 雖數空匱貧窶, 而樂在其中. 是美回也.
賜不受命, 唯貨財是殖, 若億度是非則數中. 言此, 所以勉勵賜也.” 一曰 “屢, 猶每也. 空, 猶虛中也.
言孔子以聖人之善道, 敎數子之庶幾, 猶不至於知道者, 各內有此害故也.
雖不窮理而幸中, 雖非天命而偶富, 有此二累, 亦所以不虛心也.
疏
○正義曰 : 云‘言回庶幾聖道’者. 易下繫辭云 “顔氏之子其殆庶幾乎.” 是回庶慕幾微之聖道.
云‘雖數空匱而樂在其中’者, 卽 “簞食瓢飮, 不改其樂.” 是也.
云‘蓋美回 所以勵賜也’者, 言孔子之意, 美顔回貧而樂道, 所以勸勵子貢,
云‘以聖人之善道 敎數子之庶幾’者, 言孔子以聖人庶幾之善道, 竝敎六子也.
云‘猶不至於知道者 各內有此害’者, 言聖人不倦, 竝敎誨之, 而猶尙不能至於知幾微善道者, 以其各自內有愚魯辟喭之病害故也.
云‘其於庶幾每能虛中
唯回’者, 言唯顔回每能虛其中心, 知於庶幾之道也.
云‘懷道深遠 不虛心 不能知道’者, 此解虛中之由, 由其至道深遠.
云‘子貢雖無數子之病’者, 謂無愚‧魯‧辟‧喭之病也.
云‘雖不窮理而幸中 雖非天命而偶富 亦所以不虛心也’者, 此解子貢不知道, 由於有此二累也.
左傳 “定十五年春, 邾隱公來朝, 子貢觀焉. 邾子執玉高, 其容仰, 公受玉卑, 其容俯.
子貢曰 ‘以禮觀之, 二君者, 皆有死亡焉.’ 夏五月壬申, 公薨.
仲尼曰 ‘賜不幸言而中.’” 哀七年 “以邾子益來.” 是其屢中也.
言致富之道, 當由天命與之爵祿, 今子貢不因天命爵祿, 而能自致富,
言有億度之勞, 富有經營之累, 以此二事, 何暇虛心以知道,
注
안회顔回는 성인聖人의 도道에 거의 근접하여 비록 자주 공궤空匱하였으나 즐거움이 그 가운데에 있었고, 단목사端木賜는 교명敎命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재화財貨만을 불렸으나 시비是非를 헤아렸다는 말이다.
안회顔回를 찬미讚美하신 것은 단목사端木賜를 격려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일설一說에 “누屢는 매每와 같고, 공空은 허중虛中(마음을 비워 일체의 잡념雜念을 없앰)과 같다.
〈공자께서〉 성인聖人의 아름다운 도道로써 몇몇 제자들을 거의 도道에 근접하도록 가르쳤으나 오히려 그들이 도道를 아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은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 우愚ㆍ魯ㆍ辟ㆍ喭과 같은 장해물障害物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양 허중虛中하여 성인聖人의 도道에 거의 근접할 수 있었던 자는 오직 안회顔回뿐이었다.
가슴속에 품은 도道가 심원深遠하니 만약 마음을 비우지 않았다면 도道를 알지 못할 것이다.
자공子貢은 몇몇 사람과 같은 결점은 없었으나, 그 또한 도道를 알지 못한 자이다.
비록 사물의 이치를 궁구窮究하지 않았으나 요행히 사리에 맞았고, 천명天命이 아니었으나 우연히 부자富者가 되었으니, 그 역시 이로 인해 마음을 비우지 못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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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왈正義曰 : 이 장은 공자孔子께서 여섯 제자弟子의 덕행德行의 중실中失(得失)을 두루 평론評論하신 것이다.
[柴也愚] 고시高柴는 성질性質이 고지식하다는 말이다.
[參也魯] 증삼曾參은 성질性質이 굼뜨고 영리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師也辟] 자장子張은 재지才智가 남보다 뛰어나지만 언행이 바르지 못하고 잘못을 숨기고서 그럴듯하게 꾸미는 결점이 있다는 말이다.
[由也喭] 자로子路의 행실은 사납고 거친 결점이 있다는 말이다.
[子曰 回也其庶乎 屢空 賜不受命 而貨殖焉 億則屢中] 이것은 공자孔子께서 안회顔回를 찬미讚美하신 말씀인데, 사賜를 격려하기 위해 하신 말씀인 듯하다.
이 장章의 해석에는 양설兩說이 있으니, 일설一說은 “누屢는 삭數(자주)이고, 공空은 궤匱(뒤주가 빔)이고, 억億은 탁度(헤아림)이다.
안회顔回는 성인의 도에 거의 근접하여 비록 빈궁貧窮하여 뒤주가 자주 비었으나 즐거움이 그 가운데에 있었다는 말이니, 이는 안회顔回를 찬미하신 말씀이다.
사賜는 교명敎命을 받지 않고 오직 화재貨財만을 불렸으나, 시비是非를 헤아리면 자주 〈사리에〉 맞았다는 말이니,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사賜를 격려하기 위함이시다.”라는 것이고, 일설一說은 “누屢는 매每(매양)와 같고, 공空은 허중虛中(마음을 비워 일체의 잡념雜念을 없앰)과 같다.
공자孔子께서 성인聖人의 아름다운 도道로써 몇몇 제자들을 거의 도道에 근접하도록 가르쳤으나 오히려 그들이 도道를 아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은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 우愚ㆍ魯ㆍ辟ㆍ喭과 같은 장해물障害物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양 허중虛中하여 성인의 도道에 근접할 수 있었던 자는 오직 안회顔回뿐이었다.
가슴속에 품은 도道가 심원深遠하니 만약 마음을 비우지 않았다면 도道를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자공子貢은 몇몇 사람과 같은 결점은 없었으나, 그 또한 도道를 알지 못한 자이다.
비록 사물의 이치를 궁구窮究하지 않았으나 요행히 사리에 맞았고, 비록 천명天命이 아니었으나 우연히 부자富者가 되었으니, 이 두 가지 누累(害惡)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지 못하였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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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왈正義曰 : 《사기史記》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에 “고시高柴는 자字가 자고子羔이다.”라고 하였다.
정현鄭玄은 “위衛나라 사람으로 공자보다 30세 아래이다.”라고 하였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도 자고子羔로 되어있고, 《공자가어孔子家語》에는 자고子高로 되어있고, 《예기禮記》에는 자고子皐로 되어있어, 세 곳의 글자가 같지 않으나 사실은 동일인同一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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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왈正義曰 : [言回庶幾聖道]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 하下〉에 “안씨顔氏의 아들이 〈도道에〉 거의 근접하였다.”라고 하였으니, 이에서 안회顔回가 기미幾微(隱微)한 성인의 도를 거의 본받았음을 〈알 수 있다.〉
[雖數空匱而樂在其中] 바로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끼니를 때우며〉 누추한 골목에 살면서도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다.[簞食瓢飮 不改其樂]”는 것이 이것이다.
[賜不受敎命] 예禮로 가르치신 부자夫子의 명命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惟財貨是殖] 오직 화재貨財를 생산하고 증식增殖시키는 일에만 힘썼다는 말이다.
[億度是非] 또 인사人事의 시비是非를 헤아리는 일에 마음을 썼다는 말이다.
[蓋美回 所以勵賜也] 공자孔子의 뜻은 자공子貢을 권면勸勉하기 위해 안회顔回의 빈이낙도貧而樂道(가난하되 도道를 즐김)를 찬미讚美하신 것이다.
‘너는 이미 부자富者가 되었고, 또 〈인사人事의 시비是非를〉 헤아리면 자주 〈사리事理에〉 맞을 수 있는데, 어찌하여 가르치는 명을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말이다.
[一曰以下] 하안何晏이 또 일설一說을 말한 것이다.
[以聖人之善道 敎數子之庶幾] 공자孔子께서 성인聖人에 거의 근접한 아름다운 도道로써 여섯 제자들을 똑같이 가르치셨다는 말이다.
[猶不至於知道者 各內有此害] 성인聖人께서 염권厭倦(싫어하거나 게을리함)하지 않고 똑같이 가르치셨는데도 은미隱微한 아름다운 도道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은 그들 각자에게 우愚ㆍ魯ㆍ辟ㆍ喭의 병해病害(결점과 장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其於庶幾每能虛中者 唯回] 오직 안회顔回만이 매양 그 마음을 비워 성인聖人에 거의 근접한 도를 알았다는 말이다.
[懷道深遠 不虛心 不能知道] 이것은 마음을 비워야 하는 까닭을 풀이한 것이니, 지극한 도가 심원深遠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 마음을 비우지 않는다면 도를 알 수 없다.
[子貢雖無數子之病] 우愚ㆍ魯ㆍ辟ㆍ喭 등의 결점이 없었음을 이른다.
[然亦不知道] 그 역시 네 제자와 같이 성인聖人의 도를 알지 못하였다는 말이다.
[雖不窮理而幸中 雖非天命而偶富 亦所以不虛心也] 이것은 자공子貢이 도를 알지 못하게 된 원인이 이 두 가지 누累(害惡)에서 연유하였음을 해석한 것이다.
‘수불궁리이행중雖不窮理而幸中’은 경문經文의 ‘억즉누중億則屢中’을 해석한 말이다.
비록 궁리진성窮理盡性(天地의 이치와 만물萬物의 본성本性을 궁구窮究함)하지 않고 단지 헤아렸을 뿐이되 요행히 그 말이 맞았다는 말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정공定公 15년 봄에 주邾나라 은공隱公이 와서 조현朝見하니, 자공子貢이 두 나라 임금이 예禮를 행하는 것을 보았는데, 주자邾子는 옥玉을 든 손이 높이 올라가서 그 얼굴이 위로 향하고, 정공定公은 옥玉을 받는 자세가 너무 낮아서 그 얼굴이 아래로 향하였다.
자공子貢이 말하기를 ‘예禮를 행하는 모습을 보건대 두 임금이 모두 죽거나 멸망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여름 5월 임신일壬申日에 정공定公이 훙薨하였다.
그러자 중니仲尼께서 ‘사賜는 불행不幸하게도 말을 하면 맞았다.’고 했다.”라고 하였고, 애공哀公 7년에 “〈주邾나라를 함락시키고서〉 주자邾子 익益을 데리고[以] 돌아왔다.”라고 하였으니, 이에서 〈자공子貢의 말이〉 자주 적중한 것을 〈알 수 있다.〉
‘수비천명이우부雖非天命而偶富’는 경문經文의 ‘불수명이화식不受命而貨殖’을 해석한 말이다.
부자富者가 되는 방법은 하늘이 명命하여 그에게 작록爵祿을 주는 데서 말미암아야 하는데, 지금 자공子貢은 천명天命의 작록爵祿에 의거하지 않고서 능히 스스로 부자가 되었다.
그러므로 “우연히 부자가 되었다.[偶富]”고 한 것이다.
〈인사人事의 시비是非를〉 헤아린 수고와 부자가 되기 위해 경영經營한 누累가 있었으니, 이 두 가지로 인해 어느 겨를에 마음을 비워 도를 알 수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그 또한 이로 인해 마음을 비우지 못하였다.”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