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天下之難言者
는 不敢冀必然之聽
이니 知未必聽而不可不言者
는 所以盡爲忠之心
이온
況臣遭遇聖明하야 容納諫諍이라 言之未必不聽하니 其可黙而不言가
臣伏見自去歲以來로 群臣多言皇嗣之事하고 臣亦嘗因災異하야 竊有奏陳이러니
雖聖度包容하야 不加誅戮이나 而愚誠懇至하되 天聽未回라
臣實不勝愛君之心하야 日夜區區未嘗忘此하야 思欲再陳狂瞽나 而未知所以爲言이라
今者伏見兗國公主近已
하고 臣因竊思人之常道
가 莫親於父子之親
이요 人之常情
이 亦莫樂於父子之樂
이니 雖在聖哲
에 異於凡倫
이나 其爲天性
은 於理則一
이라
陛下嚮雖未有皇嗣나 而尙有公主之愛하야 上慰聖顔이러니 今旣出降하야 漸疎左右하니 則陛下萬幾之暇에 處深宮之中하야 誰可與語言이며 誰可承顔色가
臣愚以謂宜因此時하야 出自聖意하야 於宗室之中에 選材賢可喜者하야 錄以爲皇子하야 使其出入左右하고 問安侍膳하면 亦足以慰悅聖情이라
臣考於書史하니 竊見自古帝王이 雖曰至尊이나 未嘗獨處也라
其出而居外也에 不止百司公見奏事而已라 必有儒臣學士가 講論於閒宴하고 又有左右侍從이 顧問語言하며
其入而居內也에 不止宦官宮妾이 在於左右而已라 其平居燕寢也에 則有太子問安侍膳於朝夕하고 其優游宴樂也에 多與宗室子弟로 懽然相接을 如家人하니
今陛下日御前後殿에 百司奏事者往往仰瞻天顔而退하고 其甚幸者得承一二言之德音이라 君臣之情不通하고 上下之意不接이요 其餘在廷之臣과 儒學侍從之列은 未聞一人從容親近於左右라
入而居內하얀 則至於問安侍膳하야도 亦闕於朝夕하니
是則陛下富有四海之廣하고 躬享萬乘之尊이나 居外則無一人可親하고 居內則無一人得親이니 此臣所以區區而欲言也라
伏況陛下荷祖宗之業하고 承宗廟社稷之重하되 皇子未降하야 儲位久虛라
群臣屢言이나 大議未決하니 臣前所奏陳以謂未必立爲儲貳요
而且養爲子면 旣可以徐察其賢否요 亦可以待皇子之降生을 於今爲之가 亦其時也라
신은 듣건대 천하의 말하기 어려운 일을 말하는 자는 감히 꼭 들어주기를 바라지 않으니, 꼭 들어주지 않을 줄을 알고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충성하는 마음을 다하고자 함입니다.
더구나 신은 성스럽고 밝으신 폐하를 만나 간쟁諫諍을 받아주시는 터라 말을 함에 반드시 아니 들어주시지는 않을 것이니, 묵묵히 있으며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은 삼가 보건대 지난해 이래 신하들이 황태자皇太子 뽑는 일에 대해 많이 말하였고, 신도 일찍이 재이災異로 말미암아 진언進言하는 차제에 이 문제에 대해 진달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성상의 도량으로 포용하여 형벌을 내리지는 않으셨으나, 어리석은 신의 정성이 매우 간절했는데도 성상께서는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신은 실로 임금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밤낮으로 이 문제를 잊지 못하여, 재차 어리석은 생각을 진달하고자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연국공주兗國公主께서 근자에 이미 출강出降하신 것을 보고 신은 이에 적이 생각건대, 사람의 상도常道는 부자간父子間의 친분보다 친한 것이 없고 사람의 상정常情은 부자간의 즐거움보다 즐거운 것이 없으니, 비록 성왕聖王에 있어서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겠지만 그 천성天性은 이치에 있어 같습니다.
폐하께서 예전에는 비록 황태자皇太子는 없었으나 그래도 공주公主에 대한 사랑은 있어서 위로 성상의 용안龍顔을 위로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출강出降하여 점차 좌우에서 멀어지니, 폐하께서 정사를 보시는 겨를에 깊은 궁궐 안에 계시면서 누가 함께 얘기하겠으며 누가 안색을 받들겠습니까.
어리석은 신은 마땅히 이러한 때를 말미암아 성상의 뜻을 내어 종실宗室 중에서 재주 있고 어질어 좋아할 만한 사람을 선발하여 거두어서 황태자로 삼아서 좌우에 출입하며 문안하고 시선侍膳하게 한다면, 또한 성상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이 사서史書를 살피니 삼가 보건대 예로부터 제왕帝王은 비록 지존至尊이지만 혼자 거처한 적이 없었습니다.
궁궐을 나가 밖에 거처할 때에는 백사百司가 공적公的으로 알현하여 일을 아뢰는 것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유신儒臣과 학사學士들이 한가한 때 강론하고, 또 좌우의 시종이 있어 고문顧問하고 얘기하였습니다.
궁궐에 들어가 안에 거처할 때에는 환관宦官과 궁첩宮妾이 좌우에 있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 내전內殿에 한가히 계실 때에는 태자太子가 조석으로 문안하고 시선侍膳하였고, 한가로이 연회를 열 때는 대개 종실의 자제들과 한 가족처럼 즐겁게 어울렸습니다.
헤아려보면 하루 안에 한때도 홀로 있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날마다 전후 대전大殿에 납셔 계실 때, 일을 아뢰는 백사百司가 왕왕 천안天顔을 우러러보고 물러나고 매우 다행인 경우에는 한두 마디 덕음德音을 들을 수 있을 뿐 군신君臣의 정情이 서로 통하지 않고 상하上下의 뜻이 서로 이어지지 아니하며, 그 나머지 조정에 있는 신하와 유학儒學과 시종侍從의 반열에 있는 신하들 중에 한 사람도 조용히 좌우에서 폐하를 친근히 모시는 이가 있단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궁궐에 들어가 안에 거처하실 때는 심지어 문안과 시선侍膳까지 조석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이는 폐하께서 사해의 넓은 땅을 넉넉히 소유하시고 만승萬乘의 존귀함을 몸소 누리시지만, 밖에 계실 때는 한 사람도 친할 만한 이가 없고 안에 계실 때는 한 사람도 친할 수 없는 것이니, 이것이 신이 구구히 말씀 드리고자 하는 바입니다.
더구나 폐하께서는 조종祖宗의 왕업王業을 받으시고 종묘사직宗廟社稷의 중임重任을 계승하셨으되, 황자皇子가 아직 탄생하지 않아 저위儲位가 비어 있은 지 오래입니다.
신하들이 누차 진언하였으나 대의大議가 아직 결정되지 못했으니, 신이 전에 진달한 바 “굳이 황태자로 세울 것까지도 없습니다.
우선 양자養子로 삼아둔다면 천천히 그 현부賢否를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황자가 태어나기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한 말을 바로 지금 실행할 때입니다.
신은 말이 주제넘고 생각이 어리석으니, 삼가 주벌誅罰을 기다립니다.